인사 발표를 보면서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 본다. ‘대표의 의욕이 넘친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이른바 ‘연합선거본부를 구성한 한계가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권력은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은 1년 6개월~2년 무렵이 아니라 당선자 시절이라고 한다. 아직 칼집에서 꺼내지 않은 칼은 날이 얼마나 예리하고,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노련한 정치인일수록 당선자 시절에 하고 싶은 말을 넌지시 던진다는 말을 들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른바 당3역 발령을 보면서 많은 당원들이 놀랐다. 부대표가 대변인을 겸임하는 것을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라도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당사자에게도 좋지 않은 일로 빨리 새로운 대변인을 임명하는 게 맞다. 그런데 모든 상근자들도 유임한 것은 그대로 가겠다는 말로 다양한 업무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당을 법인에 비유한다면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은 합명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고, 당원들은 유한책임사원이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아무리 주인 의식을 강조해도 최종 무한 책임은 당원이 아닌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에게 있을 수 밖에 없다. 국고 지원금이 없어 당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사정이 이러니 당에서 채용한 상근자들의 급여는 반토막이나 100만원도 안 되고, 심지어 지방에서 회의 참석차 오는 당원들에게 교통비 지급도 하지 못할 정도다.
‘이런 처지에서 당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이들 말고 있느냐?’며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고 하는 건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닌가?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는 활동가들이 서울 출장 가면 비용이 하루 수입은 날아가고, 왕복 교통비에 밥값을 포함하면 최하 10만원은 든다. 현장에 일이 돌아가게 해야 하니 대체 인력을 투입하면 아무리 적어도 10만원은 더 들어 간다. 족히 40만원이 공중에 날아가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걸 서울 있는 사람들은 알기는 하는가?
이런 이유 때문에 회의는 주말에 하자고 하는 것이고, ‘전업 활동가들이 아닌 직장인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은 그래서 나온다. 지금까지 중요한 결정에 직장인 활동가들이 참여할 길이 있었는가? 일정이 빠듯하다며 주말 회의를 못하게 해 온 게 사실이다. 난 서울에서 100만원 받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 그러기에 고생하는 상근자들을 보면 늘 미안하고, 서울 갈 일이 있으면 들러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는 게 지방에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격려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국어대사전에 보면 비판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힘.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이라고 되어 있으며 비방은 ‘남을 비웃고 헐뜯어서 말함’이라도 되어 있다. 비판을 비방과 혼돈하면 곤란하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직업군인들은 보고 듣는 게 많아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가 많은 것과 실력이 있는 건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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