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총 파업 중인 MBC 언론노동자들의 꿈

녹색세상 2010. 4. 19. 23:14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MBC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외쳐도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지금 MBC는 희망이 된 모양입니다.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기댈 곳인가 봅니다.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시대에 국민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다. 보수 수구 언론은 이미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포기한지 오랩니다.

 


권력과 야합을 일삼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양심을 파는 것을 서슴지 않는, 모리배집단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자칭 공영방송은, 국영방송 혹은 관제 방송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선전과 계도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낯이 뜨거워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전파를 타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시대입니다.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사회적 가치들이 송두리째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불과 2년여 만입니다. 이제 패권과 권위, 탐욕과 이기, 몰상식과 후안무치가 대한민국의 생존방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가치와 도덕이 상실되어 가고, 염치가 없는 야만이 지배하는 시간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슬픈 시대입니다.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MBC의 사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MBC의 운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정권 들어 MBC에 대한 탄압은 지속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PD 수첩>의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보도를 100만 촛불시위의 배후라고 지목하며 제작진을 체포했고, 여성작가의 이메일을 샅샅이 뒤져 공개하는 파렴치한 짓도 저질렀습니다. MBC에 대한 두 차례의 압수수색이 자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승리했습니다. 법원은 제작진 전원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언론이 정부정책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MBC에 대한 탄압은 작년 8월을 기점으로 직접통제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방송문화진흥회(약칭 방문진)는 MBC의 대주주입니다. 정권은 이 방문진의 이사들을 뉴라이트 인사로 포진시켜, 온갖 협박과 야비한 술책을 동원해 두 달 전 엄기영 사장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김재철 황희만이라는 ‘친MB 정치기자’들을 낙하산으로 투입했습니다. 청와대가 직접 MBC를 통제하는 인적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들이 공영방송 MBC를 정권홍보방송, 관제방송으로 만들 거라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이는 MBC의 침몰이자 비극입니다. 저희들에겐 꿈이 있습니다. 단지 월급 몇 푼 더 받자고 MBC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업이라는 최후의 투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받고 징계도 받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건 ‘마지막 희망’ MBC를 지키고자 해서입니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방송,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방송, 그래서 국민들이 사랑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진실과 비판 그리고 균형이 살아있는 뉴스, 창의로운 발상과 따뜻한 인간애가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것을 국민여러분께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들의 꿈입니다. MBC를 지켜주십시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장 이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