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북악산 아래 청와대 있고… 북악산 깎은 ‘천신일 박물관’도 있다.

녹색세상 2009. 5. 22. 11:43
 

문화재+그린벨트+군사보호구역 묶인 땅

‘친구 이명박’ 서울시장 때 각종 규제 풀려


서울 북악산은 그 일대가 국가 지정 문화재요 국가 중요 시설이다.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시절만 해도 지도에 ‘수도권 경호로’로 표기할 정도로 시민들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었으며, 차를 타고 지나갈 수는 있으나 중간에 서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이 맴도는 살벌한 곳이었다. 조선의 수도인 한양의 주산으로 서울 성곽 등의 문화재가 있고, 조선의 정궁인 경북궁의 후원이라는 문화재적 가치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런데 이 문화재인 북악산 자락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1번지 일대에선 요즘 산허리를 깎아내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1만2000㎡ 규모로 들어서는 세중문화재단의 세중옛돌박물관 공사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세중문화재단 대표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년 넘게 모아왔다는 문인석, 장승, 석등 등 전통 석조물들을 전시하는 사립 박물관을 짓고 있다. 성북동 천 회장의 자택 부근에 짓는 옛돌박물관은 지하 3층 지상, 1층 규모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 한 포털사이트 위성사진으로 본 옛돌박물관 공사 현장. 산허리를 깎아 하얗게 보이는 박물관 터가 푸른 숲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문화재 보호구역에다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규제가 겹겹으로 겹치는 이곳의 산허리를 잘라내고 어떻게 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세중문화재단은 박물관 등 공공시설을 그린벨트에 지을 수 있게 법규가 바뀐 뒤 2001년부터 인허가 관청의 문을 두드려, 2009년 1월 최종 사업허가를 얻었다. 토지 매입 후 25년 만이며 인허가를 신청한 지 9년이나 걸렸다. 천 회장은 또 대지였지만 자연경관지역으로 주택 신축이 불허됐던 땅의 일부도 서울시 조례 변경으로 매각할 수 있게 돼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거뒀다. 천 회장의 사업 수완과 재물 운이 어떤지 성북동 땅 운영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천 회장은 요즘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악산 암반을 깎아 들어서고 있는 돌박물관


박연차 로비 의혹 사건에 관련된 ‘현 정권의 실세 기업인’이란 사실 때문이다. 성북동 옛돌박물관에 세인의 관심이 더 쏠리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천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중문화재단이 성북동 자택 부근에 새로 짓는 옛돌박물관의 우여곡절 추진 과정을 살펴봤다. 천 회장은 이 땅을 1984년 9월에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로부터 매입했다. 2만6324㎡였던 땅은 1982년 절반 정도가 공원으로 지정됐고 절반은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1종 대지로 지정됐다. 천 회장은 공원으로 지정된 330-1번지의 소유권을 1986년 9월 세중문화재단으로 이전했다.


공원이 아닌 대지로 지정된 절반의 땅은 330-543번지 등으로 분할됐는데, 543번지는 나중에 330-600, 601, 602로 쪼개졌다. 하지만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여도 북악산 공원을 옆에 끼고 있는 자연경관지역이어서 주택 신축은 최근까지 불허되어 왔다. 그래서 330-1번지 등 공원 지역 땅값은 서울 최고의 부촌인 성북동에 걸맞지 않게 평당 22만원(2008년 공시지가 기준)에 불과했다. 세중문화재단은 2000년께 그린벨트에 공원, 박물관이 들어설 경우 허가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완화되자 성북동 330-1번지 등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워 2001년부터 서울시에 공원 심의를 요청했다.


공교롭게 천 회장의 절친한 친구인 이명박 대통령이 2002년 6월 서울시장에 당선되었고, 세중문화재단의 박물관 건립계획은 그해 12월 전시장을 지하로 짓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승인됐다. 석 달 뒤인 2003년 3월 서울시는 이 지역을 박물관 터 옆에 있는 절 이름을 따 정법사지구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이 지역 7800㎡에 돌박물관과 야외 전시장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정법사지구의 핵심인 이 박물관을 민자유치를 통해서 짓겠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을 민자유치로 지으려는 것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국가나 지방 정부가 지키는 게 아니라 철저히 돈벌이로 바꾸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의 돈 잔치가 노골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