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 홍보 지침’과 시민의 자유
2009년 1월 20일의 ‘용산 참사’는 이승만에서 노태우까지 44년에 걸쳐 전개된 기나긴 독재시대에도 일어난 적이 없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철거를 당한 시민들은 갑자기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저항하다가 ‘용역’이라는 이름의 폭력 집단의 폭력을 피해 농성을 벌이게 되었다. 그런데 폭력 집단을 막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은 오히려 용역이라는 폭력 집단과 합심해서 시민들을 공격했고, 급기야 어쩐 연유인지 인화물이 잔뜩 쌓인 곳으로 대테러 특공대를 서둘러 투입했다가 엄청난 참변을 빚고 말았다.
▲검찰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킨 용산참사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3차장 검사. 이제 검새란 말이 인터넷에서 넘친다는 것을 검찰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하는 사건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며칠 뒤에 일어났다. 민주당의 김유정 의원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연쇄 살인범 검거를 활용해서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경찰에 보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처음에 이 사실을 부인했으나 다음 날 이 사실을 시인했다.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모자라서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했던 것이다. 청와대는 한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잘못이어서 그냥 ‘구두 경고’만 했다고 밝혔다. 국민에 대한 거짓말로는 모자라서 국민을 대놓고 희롱한 셈이다. 이런 중대한 잘못에 대해 그저 구두 경고라니, 말이 되는가?
여기서도 실체적 진실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일개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이처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청와대가 정말 무소불위의 기관이고, 거기서 일하는 자들은 모두 안하무인의 뱃심을 갖고 있는가? 많은 국민들이 ‘용산 참사’보다 더 끔찍하게 느낄 수 있는 ‘연쇄 살인사건’을 이용해서 정권의 잘못이 큰 ‘용산 참사’를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정략이 아닌가? 이런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진솔한 성찰과 사과는커녕 특검에 대한 당연한 요구를 오히려 정략이라고 매도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것이 아닌가?
▲ 어느 네티즌의 이 합성 사진처럼 이명박이 구속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으리라 본다.
‘매체결정론’에 대한 몰이해가 극단화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식의 잘못된 언론관은 바로 시민의 자유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선진국은 무엇보다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기초로 하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우화가 잘 알려주듯이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진실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다.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진실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유일하게 올바른 것이다. 전두환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해서 권력을 내주고 설악산으로 들어가야 했는가? 아니다. 시민을 학살하고 억압하는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을 감추겠다며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억압했기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이명박 세력은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열광적으로 좋아할 만큼 미국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에서 꼭 수입해야 하는 것은 결코 수입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이다. 온갖 문제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나름대로 세계 '자유국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수정헌법 제1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마치 천국’처럼 선전하는 이 땅의 ‘개독’들도 이것을 읽고 깊이 회개해야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수정 제1조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프레시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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