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언론 7대 악법 쿠데타에 맞선 언론노조 총파업

녹색세상 2008. 12. 31. 23:32
 

언론노조의 총파업 선언에 MBC노동조합이 즉각 전면 파업으로 나섰고, 그 동안 잔 머리만 굴리고 몸 사리던 민주당도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현업 방송인들까지 거센 저항의 대열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악법을 연내에 기어코 통과시키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오만무도한 태도에는 어떠한 변화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다시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일만은 없을 것으로 믿었던 ‘87년 체제’의 붕괴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투쟁의 값진 산물인 ‘87년 체제’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되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될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 언론악업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언론노조 총파업을 이끌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

 

2000년대 이후 언론환경은 대단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맹위를 떨치던 종이신문의 위력이 나날이 약화되어 10년 사이에 발행 부수가 반 토막이 나 버렸고, 방송과 인터넷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조중동을 다 합쳐 MBC하나 못 따라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조중동의 여론장악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그에 따라 기득권층과 보수우파의 의사가 우리사회에 그대로 관철되는 것이 점점 힘들어져 가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기득권층에게 위기감으로 다가왔고, 이 위기감이 그대로 방송악법으로 표현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방송악법은 기득권층과 결합한 보수우파 정치세력이 힘 안들이고 우리사회를 점령하려는 음모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악법은 단순한 미디어관련법이 아니다. 방송악법은 87년 이후 우리사회가 공유해온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다. ‘87년 체제’의 핵심이 무엇인가? 어떠한 세력도 국민의 의사에 반해 권력독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방송악법의 가장 핵심적 목적이 무엇인가? 여론을 우리사회 기득권층과 그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치세력이 `국민의 의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87년 체제’가 형성해놓은 균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는 시도이며, 보수우파가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것은 6월 항쟁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87년 체제’가 구축한 민주주의체제에 대한 반동이다.


이러한 상황이 쿠데타가 아니고 무엇이 쿠데타란 말인가? 지금 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당장 위기에 처하는 것은 바로 헌법이다. ‘87년 체제’가 탄생시킨 현행 헌법은 20년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뒷받침한 버팀목이었다. 방송악법이 통과되면 우리사회의 담론구조가 기득권층과 보수우파에 독점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집권세력은 권력독점에 방해가 되는 현행헌법을 손보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연히 헌법은 ‘87년 체제’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시대적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이 아니라, ‘87년 체제’를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보수 기득권층의 이해가 최대한 관철되는 퇴행적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이 상황 또한 쿠데타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가증스럽게도 방송악법이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경제는 있는 대로 다 망쳐놓은 것들이 입만 열면 경제타령이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아니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방송국을 송두리째 대기업과 족벌신문에 팔아먹겠다는 것이 지금 방송악법의 핵심인데 무슨 신규투자가 일어날 것이며,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인가? 이따위 유치한 ‘트로이 목마’에 속을 만큼 이 나라 국민들이 우습게 보인다는 말인가? 집권세력의 시커먼 뱃속을 못 들여다볼 정도로 이 나라 국민들이 어리석어 보인단 말인가?


더욱이 악법통과에 총대를 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홍준표, 이상득, 최시중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 가증스럽다. 박희태는 보궐 선거에 출마해 차기 국회의장 자리, 홍준표는 장관 자리, 이상득은 현재의 권력유지, 최시중은 총리자리를 노리고 지금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병국, 나경원의 속셈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제 한 몸 입신영달을 위해 이 나라 민주주의야 망가지던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이 작자들을 보면서 이런 자들과 한 하늘을 이고 있다는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언젠가 역사에 이들의 이름이 한국 민주주의의 반역자들이라고 기록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못 견딜 일도 아니다.

 

방송악법은 통과돼서 시행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흉기가 되고 만다. 없애려고 해도 없앨 수 없는 괴물이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까지 조중동의 깽판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 이제 이들의 손에 방송마저 쥐어진다면 우리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지금의 상황은 그 어느 쿠데타적 상황보다도 더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베를루스쿠니가 언론을 장악한 이태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후퇴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금 방송악법을 무산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국을 암중에서 지배해왔다는 군산복합체보다 더 위험한 권언복합체의 거대한 영향력 안에 갇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열기가 오늘 영하 십도의 혹한을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외롭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그 뒤를 든든히 받쳐줄 때다. 기사를 쓰던 펜을 접고, 방송 마이크를 내리고, 어깨에 걸쳤던 방송 카메라를 내려놓은 그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무엇이든 해야 할 때가 왔다. 그것만이 하나 뿐인 목숨까지 바쳐가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수 많은 영혼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경제의 바닥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권력은 여유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언론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이명박 정권과의 일대격전이 불가피 하다. 언론노조의 파업은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것을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