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나경원 의원, 국정원 차장을 만난 게 자랑인가?

녹색세상 2008. 10. 25. 10:45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게 주요 임무다. 아무리 집권당 의원이라지만 정보기관으로서 최근 신공안정국 조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국가정보원 차장과 공개된 장소도 아닌 곳에서 만났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짓이다. 그것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해임된 날인 8월 11일 “김회선 국정원 제2차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의 회동”을 했다. 이어 8월 26일 열린 법무, 행안, 문화, 경찰청 등의 '종교편향 시정대책 회의'에도 국정원 간부가 참석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며 '국정원 정치 개입'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경원 의원은 처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바로 “아침밥만 같이 먹었다”며 “KBS관련 회의는 아니었다”고 하는 등 말을 바꾸어 그의 말이 신뢰성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민감한 시기에 언론장악의 악명을 떨치고 있는 최시중과 이명박의 입인 이동관 대변인을 비공개적으로 만난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이 국정원의 국내보안업무에 대해 포괄적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내보안업무는 대공ㆍ정부전복ㆍ방첩ㆍ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를 수집ㆍ작성ㆍ배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어떤 업무도 하지 못하게 돼 있고, 정부기관과 이런 업무 외의 회의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는 국정원 관련법도 모르고 마구 떠들어 대는 것은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짓임을 알아야 한다. 빼어난 미모에다 차분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로 얻은 국민들의 신뢰를 정보기관의 책임자와 만나는 것에 이용한다면 실망하지 않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임기를 다 채울지는 그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속담에 ‘혀끝에 정(情)  있다’고 했지만 ‘혀 밑에 도끼 있다’며 말을 조심하라고 했으며 성서에도 ‘세치 혀를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말조심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오래가고 신망을 얻는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