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유모차를 끌고 간 엄마들을 수사하는 반 인륜적인 사회!

녹색세상 2008. 9. 22. 17:07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로 진입할 수 있을까요? 언제쯤이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할까요?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룩했다고 착각했었던 듯싶습니다. 70년대 80년대 낡은 독재 권위주의 사고방식에 똘똘 틀어박힌 사람들이 그새 다 사라졌다고 단단히 착각했었나 봅니다. 하긴 이명박은 그의 전성기가 70년대와 80년대 독재시절이었지요. 어쩌면 이렇게 유모차 어머니까지 매도당하는 현실이 되었을까요? 정말 슬프네요. 더군다나 수구세력들의 기가 막히게 왜곡된 주장에 깜빡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매어질 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하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모차 부대' 카페의 주부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공평성 없는 표적수사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과연 유모차 어머니가 아이를 방패삼아 아이를 위험에 빠트려 자신의 이익만 찾는 가증스러운 악처랍니까? 어쩌다가 이런 주장이 난무하고 그 주장에 동의를 하는 해괴한 세상이 되었을까요? 참 슬픕니다. 이런 주장이 백주대낮에 어디선가 동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 우리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자괴감에만 빠질 따름입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그나마 이루었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었습니다. 선후가 어쩌면 이렇게 뒤바뀐답니까? 평화로운 집회였습니다. 촛불을 든다는 것 자체가 평화입니다. 거리로 쇠파이프를 들고 나갔습니까?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촛불을 들고 나갔습니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업고, 유모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집회입니다.

 

 

그런데 이런 집회조차 용납 안 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집회조차 물대포를 끌고 와 ‘경찰장구 사용 수칙’ 조차 지키지 않고 마구 뿌리고 방패로 찍으며 토끼몰이를 해서 잡아 족치는 공권력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고막이 찢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에도 어긋나게 바로 코앞에서 물대포를 쏘아댑니다. 촛불을 들고 나온 어린 여학생이 물대포 앞에 설 수 밖에 없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 순간에 난데없이 물대포를 끌고 와서 위협을 한 것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그러니 어린 여학생이 쇠파이프를 들고 쳐들어 간 것도 아니고 단지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을 따름인데 이명박 정부가 물대포와 방패와 진압봉으로 그 앞에 들이박으니 ‘이러지 마세요’하고 물대포 앞에서 애처롭게 울먹이면서 말하던 것 아닙니까?

 

 

유모차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촛불을 들고 정당한 자신의 주장을 위해 거리로 나왔을 뿐입니다. 선진국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유모차를 끌며, 아이를 안고 또는 손에 잡고 부모와 함께 거리로 나와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는 풍경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집회에 나서는 것이 아이의 자유로운 결정이지 않냐고 비난하면 그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주장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자식에게 부모의 생각은 이렇고 행동은 이렇다는 것을 떳떳하게 보여주지도 못하는 사회가 어디 있답니까? 자식조차 부모에게 떨어져서 부모의 생각과는 다른 동떨어진 사상교육이라도 받아야 된답니까?


아이가 결정하지 않았다고요? 그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데도 억지로 공부를 시키니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아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도 보장하지 않는 가증스러운 부모들이로군요. 참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한두 마디로 포장되어 나오면 덜컥 그렇구나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아직 우리나라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아이의 일차적인 교육은 부모의 권한이자 책임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정당한 주장과 행동을 얼마든지 아이에게 보여주고 교육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또한 아이의 건강을 위해 손잡고 나와 주는 어머니야말로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아니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철학조차 실천으로 가르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평화로운 집회에 자신의 건강한 주장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모야말로 그 자식에게 미래에 자신의 건전한 주장을 펼치는 건강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몸소 일깨워주는 행동 아닙니까? 그것이 진정하게 자신의 자식에 대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지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펼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충분히 평화롭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부모의 실천 앞에 우리나라 정부가 하는 일이라는 게 물대포를 앞세우고 진압봉과 방패로 토끼몰이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통령이 사과를 두 번 씩이나 하고선 뒤통수를 치면서 그런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유모차를 끌면서 아이와 함께 나온 어머니는 당황스럽습니다. 심한 분노를 느낍니다. 공권력이라는 것이 정당한 주장을 귀담아 듣고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그 앞에 떡하니 물대포로 밀고 쳐들어옵니다. 졸지에 어머니는 유모차를 물대포 앞에 빠뜨려놓는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민주주의가 이루어졌고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참담한 착각이었습니다. 우리의 아이에게 부모의 아름다운 실천을 보여주려고 나갔더니 그 앞에 정부가 선물한다는 것이 물대포와 진압봉과 방패였습니다.


70년대, 80년대 독재정부에 대항하며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최루탄이 난무하고 투석전이 벌어지는 서글픈 투쟁현장으로 생각하고 나갈 어머니가 어디 있답니까? 이제는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선진국에서도 보편화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지요. 대학생까지 자란 아들이라도 집회를 나가면 항상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말릴 수 밖에 없었던 이 땅의 어머니들이 존재하던 시절은 70년대, 80년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몸소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운 시대를 이룩했다고 믿은 것이 죄가 되었답니다.


유모차 어머니는 아이에게 정당한 주장을 평화롭게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부모의 희생으로 우리 사회가 이만큼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으로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갔는데 돌아온 것은 갑자기 유모차 앞에 등장한 물대포와 진압봉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쫓겨나가고 자유롭게 나가지 못한 것이 유모차 어머니입니다. 그 중에는 이런 현실이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정할 수 없는 어머니들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정권이 이렇게 과거로 회귀할 수 있나 화가 나는 것이지요. 왜 내 아이와 자유롭게 주장을 펼치지도 못하는 사회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나 차마 인정할 수 없는 분노에 다시금 거리로 나섰다가 슬퍼했습니다. 쫓겨 다니는 시민들과 한참 동떨어져 황망히 뒤에서 따라가지도 못하고 그냥 눈물을 머금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몹쓸 부모로 경찰수사까지 당하는 군요.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착각한 것입니까? 가장 자유를 옹호한다는 뉴라이트라는 작자들이 만들어놓은 사회가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아이와 함께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치지도 못하는 사회랍니까? 참으로 슬프고 먹먹합니다. 부모의 희생으로 이만큼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었다고 아이에게 자랑하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졸지에 심각한 착각 속에 빠진 심히 부끄러운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버리는 군요. 자신의 착각 속에 정권이 밀고 들어온 물대포와 진압봉 앞에서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 몹쓸 부모가 되어버리는 군요. 막무가내 정권이 아이와 함께 있는 어머니 앞으로 물대포를 들이밀어 놓으면 그 어머니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었다고 착각한 죄로 경찰이 수사하고 입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렇답니다. 아이들에게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아고라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