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외환위기 후 또 ‘순채무국 전락’ 위기…외화관리 ‘빨간불’

녹색세상 2008. 8. 28. 22:59
 

순대외채권 1년 반 사이 1천억 달러 줄어들어

수출전선도 ‘먹구름’…외화 부족 시름 깊어져

 

 

한때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120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 2006년말에도 1066억달러의 순채권을 갖고 있어 외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불과 1년6개월 뒤인 지난 6월말 남아있는 순채권은 27억달러에 불과하다. 지난달 이후 외환보유액 감소를 감안하면 이미 순채무국으로 전환된 게 확실하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대외채무는 늘어나면서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외 채권보다 채무가 많다고 해서 당장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러 수요가 일시에 몰릴 경우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이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쏟아붓다보면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외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말 현재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 비율은 90%다. 아직 252억 달러의 여유가 있지만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을 넘어서는 순간 외환당국은 환율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의 환율 급등에도 쉽게 개입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3.30원 떨어진 1,081.80원에 장을 마감한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환율 상승 불가피할 듯

 

그뿐 아니다. 숨어있는 대외 채무가 있다. 2,411억 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다. 주식투자자금은 대외 채권이나 채무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식 매각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게 되면 그 순간 대외 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국내 은행들이 환전을 위해 차입 등을 통해 달러를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해부터 대량으로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나마 순매도 대금으로 국내 채권에 투자해 국외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하면서 주식 매도대금을 대거 회수해가고 있다. 갑자기 대외채무가 급증할 수 있는 요인이 상존하는 셈이다. 그 동안 외화 벌이의 주역이었던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 불황에 들어간 상황에다가 중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수출 전선이 무너지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질 경우 외화 부족 현상은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한국은행은 당장 외화 유동성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외채 가운데 사실상 내부거래인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의 본점 차입이 많고, 선박건조 선수금과 환해지용 차입 등 순수한 의미의 채무라고 보기 어려운 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흑자 도산하는 기업처럼 국가도 단기적인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언제든지 나라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일시적인 달러 수요 급증으로 환율이 급등해 이로 인한 물가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질 경우 국내 경제는 엄청난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이나 국외 차입금리가 올라가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제적인 신용경색 국면이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히 빠지고 있는 부동산 거품과 같이 겹칠 경우 ‘엄청난 경제적인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학자들이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위적인 ‘건설경기부양’ 정책을 실시하려해 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에 전혀 대처하지 않아 엄청난 혼란이 왔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다시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명박 정부는 운명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