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10년 만에 부활한 백골단과 나가떨어진 시위대

녹색세상 2008. 7. 30. 16:17
 

어청수 청장, ‘과격폭력행위자 반드시 검거 사법처리해야?’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 운동장. 경찰관 기동대와 시위대가 격하게 맞붙었다. 시위대로 분장한 경찰들은 각각 다섯 명씩 짝지은 기동대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방호복을 입은 기동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쇠파이프를 방패로 침착하게 막은 다음, 순식간에 시위대의 사지를 들어올렸다. 때로는 도망치는 시위대의 목을 잡고 땅바닥으로 메쳐 제압하기도 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말 각 지방경찰청에 공문을 내려 보내 “경찰관 기동대는 특히 집회 시위 관리 분야에서 메가톤급의 폭발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할 만큼 위압적이었다. 기동본부 건물 앞에 마련된 연단에 앉은 경찰 간부들은 시범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쳤다. 이번에 창설된 경찰관 기동대는 모두 17개 부대 1700여명 규모. 경찰청은 이 중 4개 부대는 여경기동대를 포함한 기존의 경찰관 기동대를 재편한 부대이지만 나머지 13개 중대는 2013년까지 예정돼 있는 전의경 감축에 대비해 신설된 부대라고 밝혔다.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회원들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관 기동대의 창설은 80년대 ‘백골단’의 부활과 다름없다”며 부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참여정부 시절 2012년에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경찰은 지난 1월 폐지 대신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며 기존 폐지 계획을 유보한 바 있다. 경찰청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기동대가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을 하여 법질서 확립에 앞장 설 예정”이라며 이날부터 곧바로 집회ㆍ시위 현장에 투입될 것임을 천명했다.


또 “경찰관으로 구성된 기동대는 직무에 대한 사명감이 높고 실제로 법을 집행하는 이들인 만큼 현장에 투입될 경우 전의경에 비해 책임 있는 법 집행이 이뤄지고 국민의 안전 및 인권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에 맞춰 이날 창설식에서 ‘인권과 안전, 법질서 지킴이’이란 표어가 내걸렸으나 그 말을 믿을 시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진압시범에서 확인했듯 경찰관 기동대의 최우선 목표는 ‘법질서 확립을 위한 시위 진압’이었다.


즉 권력의 도구로 철저히 복무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많은 국민들이 경찰버스 파손 쇠파이프 시위 등 공권력 도전행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며 “경찰관 기동대가) 경찰의 명예를 걸고 빠른 시간 내에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재차 ‘법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또 “불법ㆍ폭력시위와 공권력 무력화 기도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과격 폭력 행위자는 반드시 검거ㆍ사법처리 해서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동대의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해 ‘님 향한 일편단심’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기동본부에서 열린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서 경찰관 기동대원들이 진압시범을 보이고 있다.

▲ 10여 년 만에 백골단을 부활시킨 어청수 청장.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치안 인력을 부족해 난리인데 권력 보호도구인 백골단 부활에는 용감무쌍한 그의 기백이 가상하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 백골단을 10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날 신당동 기동본부 정문 앞에서 경찰관 기동대의 진압시범을 지켜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죽은 줄 알았던 백골단을 10여 년 만에 무덤에서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참여정부에서 2012년에 전의경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해 경찰관 기동대 운영은 이미 예정됐지만 현재 전의경 제도 폐지가 유보된 상태에서 전의경과 경찰관 기동대가 동시에 운영된다면 기동대는 사실상 과거처럼 백골단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살인적 진압도 모자라 아예 80년대식 살인진압을 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법적으로 전경은 대간첩작전을, 의경은 치안업무를 보조하도록 돼 있는데 전·의경들을 대체해 만들었다는 경찰관 기동대가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은 시위대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며 “그 동안 법을 어겨가며 촛불 든 국민들을 때려잡아놓고 무슨 법질서 회복이냐, 어청수 경찰청장은 거짓말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강경대 열사의 아버지,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강민조 이사장은 “지난 91년 4월 백골단에 의해서 사랑하는 내 자식 경대를 잃었다”며 “또 다시 저들이 청년들을 죽이는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강민조 이사장은 이어 “나는 지금도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데 저들이 지금 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저들에 의해 사랑하는 형제, 자식을 잃을지 모른다.”며 “다 같이 나서야 한다. 좌시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한편, 창설식이 열리는 기동본부를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이들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기자회견 참가자와 일부 시민들이 경찰관 기동대의 진압시범을 보기 위해 기동본부로 다가서자 정문 앞에 전경들을 두 겹으로 배치해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기동대를 취재하러 왔던 일부 기자들도 경찰벽에 밀려나 진압시범을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경찰은 또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기자회견 참석자 수가 늘지 않도록 100여 미터 밖에서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김영희 진보신당 공동대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 씨가 기자회견에 합류하지 못해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과 어청수는 죽은 백골단을 무덤에서 끄집어내어 부활시킨 주범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역사의 박물관에 있던 것을 하나하나 되살린 이명박과 어청수는 분명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자들을 심판하지 않으면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 난 자들이 어떻게 설칠지 모른다. 독재의 싹은 뽑아 버려야 한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