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검찰, “중간수사 발표 아니다”면서 ‘의도적 왜곡’ 몰고 가

녹색세상 2008. 7. 30. 01:36
 

검찰 ‘피디수첩’ 수사발표

블로그 글까지 내세워 “충격적 의혹” 소개 ‘궁색’

“미국 광우병 통제시스템 안전”주장 그대로 수용


농림수산식품부가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해 수사의뢰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 피디수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검찰의 곤혹스런 처지를 잘 보여준다. 검찰이 검사 4명으로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26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검찰은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등 정부ㆍ여당이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날이었다. 사실상 정부ㆍ여당의 ‘청부수사’를 떠안은 셈이다. 언론단체 등으로부터 ‘먹거리 안전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에 검찰이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수사를 강행해 온 검찰은 문화방송 쪽에 취재 원본테이프를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수단을 쓰지 못했다. 검찰 스스로도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을 넘어설 수 있는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검찰이 ‘피디수첩’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 중앙지검 유리 출입문에 검찰 깃발이 비춰 보이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검찰이 이날 소환에 응하지 않는 제작진에 대해 체포영장 청구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이날 발표 과정에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 등을 “충격적 의혹이 제기됐다”며 소개했다. 이 누리꾼은 ‘북괴의 공작행위’라는 게시판에 피디수첩이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말과 의사 인터뷰 내용을 왜곡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을 인간 광우병(vCJD)로 바꿔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한 누리꾼의 의혹제기 수준을 ‘충격적 의혹’이라고 언급한 것 자체가 검찰의 궁박한 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초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던 검찰이 이날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아니”라고 번복했지만 사실상 140쪽에 달하는 수사 내용을 공개한 점도 이례적이다.


검찰이 그동안 “검찰은 의혹을 해소하는 기관이 아니고 국민을 상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해 온 것과 달리 여론전을 펴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디수첩 제작진이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아 고육책일 수 있지만, 부적절한 행태”라고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무릅쓰고 검찰이 이날 공개한 조사 내용도 거의 모두 농식품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그대로 수용하는 데 그쳤다. 예컨대 검찰은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지난 4월 모든 동물에게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를 이용해 만든 사료를 금지했다”며 ‘강화된 사료법’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위험물질인 에스아르엠(SRM)이 동물사료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기존 방침에서 크게 완화된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공개적으로 다음달 13일까지 피디수첩에 관련 자료 제출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진의 기소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방송 내용 20여곳에 대해 왜곡ㆍ과장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1999년 “텔레비전 뉴스 담당자들이 자동차 연비향상 장치의 효과가 별로 없다고 보도하면서 제조업자 인터뷰 장면을 자의적으로 삽입해 편집ㆍ보도한 경우,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는 민사재판의 판결 내용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 결과나 판례 등을 종합하면 제작진의 명예훼손 혐의가 짙다”고 말해, 이런저런 논란에도 기소할 뜻을 내비쳤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