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촛불 수배자 가족들 ‘찰거머리식’ 감시

녹색세상 2008. 7. 7. 01:00
 

경찰, 세무조사 압박ㆍ집 앞 상주 ‘80년대식 구태’

“가족들도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되레 뻔뻔



경찰이 촛불집회를 주도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를 수사하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세무조사 압력을 넣고, 집과 직장에 찾아와 가족과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등 80년대식 ‘압박 수사’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안티 이명박’ 카페 수석 부대표인 백은종씨 가족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27일 백씨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최근까지 백씨가 운영하는 경기 성남 ㅇ공업사 주변에 10명의 경찰을 상주시키고 주변 상인과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백씨의 동태를 묻는 탐문 수사를 벌여왔다. ㅇ공업사는 엘피지 차량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차량 수리 업체로, 백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회사를 임대해 운영해왔다. 백씨를 대신해 가게를 보고 있는 조카는 “경찰이 근처 식당 아주머니들과 직원들에게 삼촌의 행방을 집요하게 묻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전화도 자꾸 걸려와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몰래 아들과의 만남 / 수배 중인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이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 선언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어린 아들과 잠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지난 5일 백씨의 셋째동생에게는 가게를 빌려준 업체로부터 “속히 가게를 비워주면 좋겠다”는 전화가 왔다. 백씨의 동생은 “그 업체 쪽에서 ‘여기저기서 세무조사 압박이 들어와 고통스러우니 사정을 봐달라. 9월까지로 정해진 계약기간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형의 공업사를 ‘안티 이명박’ 까페의 자금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북부 지역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백씨의 막내 동생도 “평소 일 때문에 경찰들을 많이 아는데, 내 쪽에도 내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형님이 파렴치한 흉악범도 아니고 신념에 따른 행동을 하다 현행법을 어긴 것인데, 가족에 이렇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씨 가족들은 ‘낮선 남자’들이 집 앞에 몇 시간 동안 차를 주차해 놓고 가족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단체 쪽에서는 경찰이 민주화운동을 하던 인사들의 가족들을 밀착 감시하던 구태를 버리지 못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아직 판결도 내려지지 않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며 “경찰은 민생치안 사건의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그 정도 노력을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백씨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경찰의 여러 차례 소환 명령에 불응해 온 사람”이라며 “경찰은 법에 정해진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이고 가족들도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대었다. 2008년 판 연좌제와 인권탄압이 있는 대한민국은 정말 웃기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로 되돌아간 경찰과 이명박 정부가 해대는 짓거리는 ‘공안개그’라 희극배우들이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