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앞으로도 촛불소녀 무시하지 마세요”

녹색세상 2008. 6. 22. 02:37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청소년, 촛불소녀들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엄청 밝은 거죠.”

 

촛불소녀들은 수줍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 말투는 당당했다. 경기도 수원 매향여고 1학년인 김정아 양은 “촛불소녀에 대한 관심이 좋기도 한데, 앞으로 계속 청소년을 무시하지 말고, 민주시민의 일원으로서 생각해 주세요”라는 주장을 폈다. 기자와 김양의 친구 김은지 양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김정아 양과 김은지 양은 대학생들에 대해 당당히 비판을 가했다. 김양은 “토익, 취업 때문에 여기에 못 나온다고 하던데, 놀 시간에 여기서 놀고 공부하면 되잖아요”라며 “대학생이 되면 이런 데 많이 나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촛불소녀와 만난 시각은 자정께였다. 거리에서 밤샘하고 내일 첫차 타고 집에 간단다. 부모님이 걱정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 사거리에선 시민들이 버스에 밧줄을 매달았고, 경찰은 계속 경고 방송을 해댔다. 김정아양은 “무섭지 않다”고 했다. “처음엔 부모님이 물대포 쏘는 거 보고 걱정하셨어요, 또 7월 7일부터 시험이라 공부해야 돼요, 하지만 지금 부모님이 촛불집회 참석하라고 해요”라며 “부모님도 엄청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거든요”라고 전했다.

 

 ▲ 21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촉구 48시간 릴레이 농성 둘째 날을 맞아 45차 촛불집중문화제가 예정된 가운데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앞장선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기자가 10년 전 이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사회 문제에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촛불소녀들은 달랐다. 김양은 “인터넷으로 뉴스 검색하고, 매일 밤 MBC 뉴스를 챙겨본다.”며 “우리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막아보려고 계속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진실이 없어요”라며 “그게 이번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이어 “조중동은 정부 편들다가, 어려우니 시민 편 든 척하다가 다시 정부 편을 든다.”며 “조중동은 문제 많다, 학교에서 다 그렇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1등 신문 메이저 신문’이라는 조중동의 미래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은 듯했다.

 

김양은 “마지막으로 촛불집회는 비폭력 평화시위가 돼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언젠가 바뀔 것으로 믿고 여기에 나왔다”며 “굳이 경찰과 부딪힐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선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