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건 개인적인 사과가 아니라 공개 사과입니다. 그리고 경찰의 재발 방지책입니다.”
지난 1일 새벽 전경에 의해 군홧발로 폭행당한 이아무개(서울대 국악과)씨는 4일 담담하게 ‘공권력의 각성’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도 구토와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지만 정신은 말짱하다고 했다. “정신이 돌아오니까 서서히 ‘내가 그때 그런 일을 당했구나’ 실감이 돼요. 그때 장면이 구체적으로 보이니까 힘이 들어요.” 이 씨는 폭행 당시 상황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대치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눌러 질식할 지경이어서 전경들에게 ‘제발 다섯 걸음만 뒤로 가달라’고 소리쳤다”며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쳤는데 경찰이 그럴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또 “집회라고는 쇠고기 반대 집회가 첫 경험이라 친구에게 ‘원래 집회는 이런 거냐’고 물었더니 친구도 이렇게 폭력적인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당시 그를 때린 전경이 경찰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이 지난 1일 새벽 전경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저런 정도의 폭력은 현장 지휘관의 묵인이나 방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나를 밟은 전경만 욕할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을 만든 상관들의 문제가 더 심하다고 본다.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은 경찰의 ‘재발 방지책’이다. “경찰이 개인적으로 와서 미안하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다시 이런 폭력적인 진압이 없게 재발 방지책을 경찰이 내놔야 합니다.”
이날 가결된 서울대 동맹휴업 찬반투표에 ‘폭행 동영상’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씨는 “제 일을 계기로 많은 학생들이 미국 쇠고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학생들이 흥분해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경찰청장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경찰이 총장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바로 조처해 준 것은 감사하다”며 “하지만 학교에 사과한 게 피해자에게 사과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촛불집회에 직접 나와 국민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내각을 바꾸고 하는 것 등은 사태를 무마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건강이 회복되면 이 씨는 다시 촛불집회에 나갈 계획이다. (한겨레/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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