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대는 돌연변이다. 2.0세대는 진보 대 보수라는 기존의 인식틀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들의 분노‘코드’는 이전 세대와 다르고, 투쟁 방식도 다르다. 2.0세대는 인터넷 게시판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만명을 동원해 낸다. 40대인 ‘386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등장한 ‘교복 자율화’ 세대였다.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고등학교는 평준화됐고, 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며 과외가 금지됐다. 그 시대의 가르침은 ‘평등’과 ‘획일’이었다. 전교생이 교련복을 입고 교장 앞에서 ‘충성’을 외쳤다. 선과 악의 구분도 뚜렷했다. 대학 문을 열면 싸워야할 ‘적’이 있었다.
30대인 ‘X세대’는 ‘3저 호황’과 ‘6월 항쟁’의 성과를 물려받았다. 학자들은 그들을 ‘신세대’라 불렀다. X세대들은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변혁을 꿈꿨다. X세대의 허리인 95학번들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서며 교련복이 사라졌다. 교육 당국은 80년대 획일화된 교육에 대한 반성으로 수학능력시험을 도입했다. 일부 유명 대학에서는 ‘본고사’를 치르기 시작했고, 논술이 처음 등장했다. 1997년 말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 채 바꿔 버렸다. 시대정신은 ‘무한 경쟁’이 됐다. 10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20대로 변한 ‘88만원 세대’는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경쟁에 내몰렸다. 논술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심층면접이라는 이름으로 본고사가 사실상 부활됐다.
그 속에서 의사소통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무대는 90년대 중반 문을 연 인터넷 공간이었다. 인터넷의 특징은 익명성, 쌍방향성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했다. ‘초딩’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에 맞춰 10대들의 현실 참여 양식도 변해갔다. 홍성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기존의 계급적 분석 틀로는 지금의 10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세대의 이슈들이 ‘이라크 파병 반대’나 ‘신자유주의 반대’와 같은 ‘정치이슈’가 아닌 ‘생활이슈’이기 때문이다. 1999년 온라인 청소년 커뮤니티 ‘아이두’(www.idoo.net)가 만들어졌다. 이듬해 5월, 이 사이트를 중심으로 ‘두발제한 폐지운동’이 시작됐다. 석 달 만에 16만명이 앞 다퉈 서명에 동참했다. 오병현 씨는 “10대의 사회 참여는 2000년대 초 부터 이어진 일관된 현상”이라며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청소년 단체에서 활동해 온 전누리(21)씨는 “10대들이 대거 광장으로 쏟아진 것은 쇠고기에 앞서 ‘0교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점을 바로보지 못하면 이번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4·15 학교 자율화’조처로 더 냉혹한 경쟁에 내몰리게 된 아이들의 분노에 ‘쇠고기’가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전씨는 “2.0세대는 불편한 것은 참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공동체 ‘희망’에서 활동하는 연미림 활동가는 “자기 힘으로 세력을 만들어 자기 문제를 풀려는 점이 최근 10대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2.0세대는 불합리한 학교 규정을 바꾸기 위해 단식과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고, 두발 단속에 항의해 학교 옥상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그들은 40년 전 유럽 사회를 뒤바꾼 ‘68세대’를 닮았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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