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ㆍ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자리에 앉아있던 국회의원에게 고함을 치며 무례한 모습을 보여 물의를 빚었다. 한 총리는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의 부름에 국회 본회의장 내 답변대에 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OIE의 어느 위원회에서 광우병 발생 여부를 판정하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을 받고서 “자세한 내용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나 전문가가 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이런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 모르면서 총리를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성난 얼굴로 “어떻게 총리가 모든 걸 다 아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이 답변에 잠시 본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한 총리의 태도를 비판하는 일부 의원들의 웅성거림 때문이었다. 이를 그대로 들은 한 총리는 의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존경하는 박 의원도 조용히 하라. 난 쇠고기 전문가로 나온 게 아니다”라며 면박을 줬다.
이 말에 정 의원은 정색을 하면서 “사과하라. 국민들 위에, 또 국회의원들 위에 총리가 있는가?”라며 한 총리를 심히 나무랐다. 그제야 자신의 흥분 사실을 자각한 한 총리는 순순히 “박 의원, 죄송하다”라고 말하면서 잠시의 소란을 그대로 매듭지었다. 이날 한 총리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미국산 쇠고기수입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 몇 마리의 소가 있는 줄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알 것”이라면서 예봉을 피해갔다. “전체 소 중 몇 %나 검사하는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는 “수의학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며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있으면 말해 달라”고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작년 OIE(국제수역사무국)로부터 위험통제국 판정을 받았다”며 이 기구의 판정에 따라 쇠고기협상을 타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특히 “미국과 쇠고기협상을 다시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협상을 끝냈고 협정안에 서명했다”거나 “미국과 협상하지 않아도 가트(GATT)의 규정으로 국민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등의 얘기를 반복하면서 완강한 태도를 나타냈다. 아울러 “대통령을 대신해 쇠고기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대국민사과 요구를 받고선 “사실의 본질이 왜곡돼 많은 국민이 혼돈상태에 있는 게 안타깝다”며 현 사태의 책임을 외부에 돌려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의 원성을 샀다. 이와 관련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정부질문 중 시간종료로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15일에 고시를 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 국민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로 잡을 수 없다… 특별법을 발의해서라도 국민주권을 찾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도 한 총리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복하는 데 대해 “회수 전 먹은 사람은 어떻게 하겠느냐. 사후약방문 식으로 될 수 있어서 물은 것인데”라며 한 총리의 태도가 미진함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날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쇠고기수입 협상 주무부처의 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의원들의 질문에 “취임 40일 만에 협상에 들어갔다”거나 “통상대표에 협상 권한을 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 보이는 발언을 해 이런 비판을 더욱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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