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우주인 한 명이 비행 했다고 과학선진국 아니다

녹색세상 2008. 4. 20. 15:17
 

대한의 젊은이 이소연은 지난 8일 온 국민의 염원을 안고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지상 350km에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향했다. 이 뉴스는 4·9 총선 와중에도 연일 신문·방송의 주요 기사로 다루어졌다. 열흘간의 체류를 마치고 무사 귀환하면 우리나라 과학 수준을 일거에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기라도 할 듯이 들떠 있다.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공차기를 잘하면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듯이. 국가 경쟁력은 축구를 잘하거나 우주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예술과 같은 지적인 분야에 얼마나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가로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뉴턴, 아인슈타인, 베토벤, 셰익스피어, 칸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과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가진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인 것이다.

 

 

우리 심장이 내뿜는 피의 15%, 총 에너지의 20%가 몸무게의 2%에 불과한 두뇌에서 쓰인다. 그만큼 뇌의 역할이 중요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뇌가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김도연 장관은 지난 10일 창의적 연구진흥사업 성과 전시회에 참석해 “과학기술인이야말로 국가의 품격을 높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국가 경제의 도구로나 인식되곤 하던 과학계 인사들에게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격려였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금속활자, 청자, 첨성대, 역법, 천상열차분야지도, 혼천의, 객성과 같은 천체현상 관측기록 등 찬란한 과학기술이 있었다. 근세에 들어와서 아쉽게도 서양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에 너무 뒤떨어진 나머지 국가를 보존하지 못했다. 다행히 물려받은 두뇌와 억척스러움 덕에 한때는 중국을 뛰어넘었고 지금은 10위권 경제대국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주과학기술의 국가적 육성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국가의 안보와 과학기술의 도약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2차 세계대전이 핵 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결정되었듯이 앞으로 국제 대결구도는 궁극적으로 우주과학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40조원이 소요되고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망원경은 보현산에 있는 1.8m로 외국에서는 아마추어들도 사용하는 크기에 불과하다. 멕시코에 건설되는 6. 대형망원경 사업에 동참하고자 하는 국내 천문학자들의 꿈은 성사되지 못했고, 7천억원 예산으로 미국·오스트레일리아가 중심이 돼 건설될 2 지엠티(GMT) 망원경 사업 참여도 우리나라 천문학계가 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좌절된 상황이라 한다.


5천억원을 들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시작될 반물질검출실험(AMS)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물리학자들은 과학재단에서 8년째 제작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연구원 1인당 연 2천만 원 정도의 연구비로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국내 순수학문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정부와 일부 국민은 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느냐고 안달이다. 이번 우주인사업의 총 예산은 260억원이라 한다. 18개 과학실험을 한다고 자랑이 대단하지만, 과학실험을 기획ㆍ제작ㆍ시험ㆍ운영하고 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에 여러 차례 다녀와야 하는 연구의 비용이 총 예산의 2%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주인 선정을 위한 각종 행사, 푸닥거리, 러시아에 지급하는 경비 등에 98%를 사용한 것이다. 18개나 되는 많은 실험을 한다고 자랑하기보다 제대로 된 실험을 하고 이를 통해 우주 분야의 전문 과학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주인 탄생과 더불어, 연말에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 2009년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천문의 해’다. 국내 천문우주 분야의 연구 환경과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걸맞게 내실 있는 도약을 이루기를 소망한다. (양종만/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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