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원 태세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초 법질서 확립을 천명한 후 경찰과 검찰 가릴 것 없이 불법ㆍ폭력 시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선다. 경찰은 체포전담반을 구성한다고 하고 법무부는 불법ㆍ폭력 시위 형사재판 때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도록 법률을 개정한다고 한다. ‘무관용’은 경찰과 검찰 모두 ‘기본’으로 운위한다.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엄단 대상이 ‘불법ㆍ폭력’이라는 데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공권력을 바로세우고 법질서를 확립한다는 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근데 찜찜하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유행했던 '몰입'이란 단어가 재생되는 느낌이다. 한 방향으로 폭주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쇠파이프와 몽둥이로 무장해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한 백골단들. 외국의 텔레비전 방송에 한국의 경찰이 시위대를 때려잡는 장면이 나오면 국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인권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최근에 발생했거나 확인된 흉악 범죄만 해도 허다하게 많다. 이호성 씨의 네 모녀 살해사건이 있었고, 이혜진ㆍ우예슬 양 살해사건도 밝혀졌다. 어제는 경기도 의왕 왕송저수지에서 20∼30대 여성으로 보이는 시신이 떠올랐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발생한 지 최소 한 달이 넘도록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사건들이다. 네 모녀 살해사건은 2월 중순에 발생했는데도 3월 중순에 가서야 범인 신원을 확보했고(그것도 자살한 채로), 이혜진ㆍ우예슬 양 살해사건은 무려 석 달이 넘어서야 겨우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저수지에서 떠오른 여성 시신은 최소 1개월 이전에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사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군포·수원ㆍ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녀자 실종·살해사건은 최대 3년이 넘도록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구멍이 크게 뚫려있다는 방증이다. 흉악범죄는 나는데 수사력은 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치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살인ㆍ강도ㆍ강간ㆍ절도ㆍ폭력 등 5대 흉악범죄의 범인 검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02년 87.9%였던 검거율이 2006년 78.0%까지 떨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3년 파출소를 지구대로 개편한 후 ‘112 신고 5분내 출동율’이 2002년 96.8%에서 2006년 85.6%까지 떨어졌다. 경찰이 멀리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경찰이 민생과 동떨어져있고, 그렇다고 흉악범죄에 밀착해있는 것도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마당에 시국치안에 ‘몰입’하려고 한다. 그래서 곱게 봐지지가 않는다. 그러면 민생치안에 구멍이 더 크게 뚫릴까봐 우려를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핵심은 기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기초 치안부터 세우는 게 우선이다. 누구라도 안다. 기초 치안이 민생치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거꾸로 달린다. ‘기초 법질서 확립’과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두 명제를 조화시키기 위해 코스콤 비정규지부 농성장부터 강제 철거하는 시범을 보인다. ‘기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덧붙이자. 계획을 짜려면 기초 데이터부터 살피는 법이다. 하지만 경찰이나 검찰 모두 이를 놓치고 있다. 불법ㆍ폭력시위 발생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01년 215건이었던 불법ㆍ폭력시위 건수가 2007년에 와서는 64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추세가 뚜렷한 이 기초자료를 제대로 읽어봤다면 몰랐을 리 없다. 가뜩이나 부족한 치안인력을 어디에 우선 투입해야 하는지를 놓쳤을 리 없다. 해마다 줄고 있는 5대 흉악범죄 범인검거율과 ‘112 신고 5분내 출동율’을 끌어올리는 데 치안력을 우선 투입해야 ‘기초 치안’이 확립되고 민생이 안도한다는 사실을 간과했을 리 없다. (김종배 뉴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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