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사람을 늙게 한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고, 면역체계도 약화된다.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발하는 것은 동물실험에선 상당 부분 증명됐다. 쥐를 강제로 물속에 빠뜨렸더니 많은 쥐가 위궤양에 걸렸다. 과격한 운동(수영)과 공포라는 스트레스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킨 탓으로 풀이됐다. 다른 연구에선 쥐들을 좁은 곳에 몰아넣어 스트레스를 가했다. 이들의 수명은 널찍한 공간에서 지낸 쥐보다 15%나 짧았다. 그러나 모든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유스트레스는 삶의 고무줄
적당한 스트레스, 즉 유스트레스(eustress)는 오히려 노화를 늦춘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살맛이 안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정작 직장을 그만두면 하루가 다르게 늙을 수 있다. 이 경우 그가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유스트레스다. 유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를 가르는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담는 그릇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미 노화학자인 유병팔 박사는 “미국에선 정년 퇴직자의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은퇴한 사람에게 유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 보면 젊어진다.
은퇴 후 자원봉사ㆍ사회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자신에게 유스트레스를 가하는 방법이다. 또 나쁜 스트레스를 늘 가슴에 품고 살기보다 간혹 폭발적으로 분출시키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내가 조금 손해 보고 말지.” 이런 마음을 갖고 살면 나쁜 스트레스인 분노가 치밀지 않는다.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돼 기분까지 좋아진다. 반면 화를 참지 못하면 몸에서 아드레날린ㆍ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두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받은 직후에 분비된다”며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은 이들의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뒤 약간 시간이 지나면 또 하나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코티솔)가 분비된다. 코티솔은 생체 대사를 빠르게 한다. 노화의 속도도 함께 빨라진다. 분노가 치밀 때는 작은 것을 손해 보면 큰 것(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자.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
상대의 컵엔 물을 넉넉하게 따라주고, 자신의 컵엔 적게 따르는 것이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74세까지 살았다. 당시 기준으론 장수다. 반면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라”라고 외친 오다 노부나가는 급한 성질 탓인지 48세에 숨졌다.
명지대 사회교육원 노화비만학과 최송희 교수는 “조급한 성질과 욕심은 삶에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돌연사가 많은 것은 ‘매사에 빨리빨리’가 몸에 밴 탓”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1986부터 2004년까지 735명의 남성을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에 75명이 심장마비로 숨지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조급한 남성은 매사에 느리고 마음 편히 사는 남성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률이 30∼40% 높았다고 발표했다.
낙관적 성격이 노화 늦춘다.
사람의 성격이 노화 속도를 결정한다는 것은 일견 근거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 10여 년간 장수노인을 연구해온 크레이그 윌콕스 박사는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성격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 낙천적이고 활동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 젊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낙천가는 스트레스 상황을 잘 통제하고 대처하기 때문이다.
미국 듀크대학 연구진은 3000명의 심장병 환자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쁨ㆍ보통ㆍ좋음ㆍ매우 좋음’ 등 4 단계로 표현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을 3년6개월 동안 지켜봤다. 자신의 건강을 ‘나쁨’이라고 밝힌 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좋음’이라고 여긴 환자에 비해 세 배나 높았다. 심지어 ‘좋음’의 사망률도 ‘매우 좋음’보다 1.7배 높게 나타났다. (중앙일보/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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