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25일 자신을 둘러싼 괴소문에 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간 억울했던 악 문을 조목조목 해명하던 나훈아는 기자회견 말미에 “나보다 후배 배우들이 더욱 황당무계한 피해를 봤다. 펜대가 이 두 명의 여배우를 죽인 셈이다”고 심경고백을 한 뒤 “그 여배우들은 아직 결혼 전인데 얼마나 황당하겠느냐”고 두 사람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명 발언을 했다.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가 예전만큼 완고하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예인에게는 이미지가 생명이다. 소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스캔들 자체가 배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배우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외모와 이미지 자체가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 작품을 통해 시청자나 관객을 만나는 배우들에게 ‘나훈아의 여인’이라는 오해는 배우로서 치명적인 이미지 오류로 작용할 수 있다.
관객이 작품을 볼 때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를 놓치고 사생활에 대한 거짓 소문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그들의 연기가 그 자체로 부정할 수 없는 의의를 지닌다 해도 피해가기 쉽지 않은 벽이다. ‘사실도 아닌데 굳이 흥분할 필요 있느냐’는 식의 쿨 한척 하는 태도는 배우 혹은 연예인의 존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 순전히 이미지로만 판단되는 광고의 섭외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줘 매출이라는 객관적 지표로 환산되는 기업의 광고 활동은 그래서 유교보다 수 백 배 엄격한 자본주의 규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인 엑스파일’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가득 채워졌음에도 광고회사에서 ‘기밀문서’로 분류되고 관리됐던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지지한다. 광고주에게는 진실여부보다 이미지가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런 논의 자체가 여전히 여성은 사회적 약자임을 방증한다. 나훈아와 관련된 두 여배우의 스캔들과 루머는 자극적이고 음란한 이미지로 왜곡 변형되고 있었다는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도덕과 인식 수준을 노출시켰다. 우리와는 문화적 배경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할리우드에서는 가십 그 자체도 스타의 상품성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극히 개인적 신념과 선택의 문제지 강요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아마도 어떤 여배우를 막론하고 그들을 둘러싼 거짓 소문들은 여전히 어디선가 진실로 호도되고 회자되고 있을 것이다. 끔찍하게도 그걸 막을 길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적어도 나훈아의 주장대로 이를 공론화 시켜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예의다. (뉴스엔/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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