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삼성, 태안반도 사고 이제야 사과를 하다.

녹색세상 2008. 1. 23. 22:10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이 22일 몇몇 신문에 대국민사과문을 게재했다. 풀죽은 목소리 대신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시꺼먼 활자가 찍혔다. 이어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 터전 회복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난 달 7일 기름유출 사고가 터졌으니 사과에 이르기까지 꼬박 47일이 걸렸다. 그 사이 기름과 타르볼은 전북 군산을 거쳐 멀리 제주해안까지 유입됐다. 60여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포함 주민, 군경을 합쳐 100만 명이 넘는 인력이 기름폭탄에 맞서 사투를 벌였다. 인근 태안과 서산에서만 400여 곳 5000여 ha의 양식장이 기름에 잠겼다. 급기야 태안주민들이 잇달아 극약을 마시고 기름을 몸에 끼얹고 목숨을 끊었다. 한 주민은 자신의 시신을 바다와 양식장이 보이는 만리포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수만 여 명의 주민들이 삽과 호미대신 만장을 들고 삼성의 사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삼성은 왜 46일 동안 사과하지 않았나 ?


그런데도 삼성중공업은 왜 사과하지 않았던 것일까? 삼성중공업 측은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늦게나마 사과를 하는 것은 검찰이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예인선단 및 유조선 양측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삼성중공업 측이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사고원인이 무엇인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몰랐다는 얘기다. 그래서 검찰이 이를 일깨워주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왔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태안 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이 삼성중공업에 대해 몹쓸 짓을 한 셈이 된다. 자신이 방금 저질러놓은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삼성중공업을 ‘집단 괴롭힘’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없다. 검찰 수사기록 어디에도 삼성중공업 예인선 관계자와 법인이 ‘금치산자’라는 글귀가 없다. 오히려 수사기록에는 삼성측 해상크레인 예인선 선장이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에 거짓 내용을 기재했다’고 밝히고 있다. ‘백치’가 아닌 항해일지를 조작해 사건 정황을 뒤집으려 했을 만큼 ‘천재’였던 셈이다. 또 있다. 검찰이 어제 수사발표를 하기 전에 이미 해경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공개했었다.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과 예인선 선장 두 명이 구속된 것도 지난달의 일이다. 경찰이 삼성중공업 법인과 유조선 측 법인에 대해 기소의견을 낸 것도 지난달이다. 때늦은 사과이유가 분명해진다. 사고 초기에는 책임공방으로 사고원인을 가렸고, 이어 항해일지 조작으로 검찰을 속이려 했다. 이후에는 국민들 머리에서 ‘삼성’이 지워지기만을 기다려왔다.

 

 


      주민 항거 없었어도 사과했을까?


어찌된 일인지 언론도 삼성의 의중대로 따랐다. 방송들은 사건초기 사고원인과 논란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주요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이라는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약속이나 한 듯 '예인선'이라는 익명을 사용했다. 검찰은 사고과정에 삼성중공업 측이 관련돼 있는 지 여부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있다. 태안주민들이 죽음으로 항거하지 않았어도 삼성은 대국민사과를 했을까? 하지만 사과문에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다. 피해복구를 위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없다. 유조선 측과 쌍방과실로 수사결론이 난 만큼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얘기다. 관련법에는 고의 또는 무모한 행위로 인한 '중과실'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재차 확인할 것이 있다. 검찰이 수사 중간발표를 통해 "삼성측 과실이 유조선 측보다 더 크다"고 밝힌 대목이다. 또 “크레인선과 예인선ㆍ유조선 선원들은 모두 고도의 주의 의무가 부과되는 사람들로 업무상 과실 혐의는 중과실과 같은 의미”라고 밝힌 점이다. 상기해야 하는 내용이 또 있다. 어제(21일)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사고 직후인 12월 8일, 삼성 대변인이 에이에프피(AFP) 통신에 밝힌 대목이다. (오마이뉴스)


“우리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오염사건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우리의 책무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