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신문은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대국민 사과 광고를 실었다. 삼성의 사과는 사고가 일어난 지 47일만의 늑장 사과다. 그것도 사고에 대한 검찰의 어정쩡한 수사발표에 떠밀린 듯한 형국이어서 개운치도 않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에는 예의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대신 1면 하단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ㆍ언론개혁시민연대ㆍ전국언론노동조합ㆍ참여연대가 연합해 낸 “삼성비자금 제대로 보도한 한겨레의 독자는 삼성의 사과도 받을 수 없나요?”란 의견 광고가 실렸다. 광고는 지난해 12월부터 금년 1월까지의 신문별 삼성 광고 게재건수를 그래프로 보여주면서 삼성의 광고가 사라진 ‘한겨레, 경향’을 ‘먹고 살게 해 주자’고 제안한다.
▲ 1월 22일자 <한겨레> 머리기사로 ‘에버랜드 창고 미술품 무더기 발견’ 기사가 실렸다.
알다시피 광고를 매개한 이 치졸한 삼성의 언론탄압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한겨레ㆍ경향’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한 데 대한 보복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신문사의 삼성 광고는 연 30억에서 150억 원에 이르고 조중동 광고매출의 5∼6%, 중소언론 10∼15%를 차지하니 그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언론노조ㆍ참여연대ㆍ민언련 등이 밝힌 대로 ‘한겨레ㆍ경향’에 대한 삼성의 광고 통제는 ‘저열한 복’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는 우리의 대표 브랜드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라고 일갈했던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지향한다는 글로벌 기업의 스탠더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 비자금 따위로 그룹 오너 부인의 미술품 사재기에 골몰하는 글로벌 기업이 있겠는가.
▲동아일보 1면(2008. 1. 22.) 머리기사는 한나라당 공천 관련 소식이고, 오른쪽 머리에는 지난 4년간의 ‘어느 기업서 일자리 많이 늘렸나’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한때는 언론 자유의 표상이었던 예의 신문은 일찌감치 그것과 결별하고 권력·자본과 화해했다. 이 신문은 “특정 계층의 표현 기관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대변지”임을 자임하고, “독자가 알아야 하는 진실 앞에서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다”는 보도원칙을 자랑한다. 그러나 2008년 1월 22일 아침 이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의 수사 속보를 12면 머리에 3단 기사로 보도했다. 독자가 알아야 할 진실도, 특정계층이 아닌 민족 전체의 이익은 언론 매체마다 서로 다른 것일까. 1974년 동아일보 자유언론 투쟁 이후 34년, 그 투쟁의 결과로 자라난 한 신생언론이 진실보도로 재벌의 보복에 직면한 현 상황 앞에서 두 언론매체의 자리는 멀고 아득하다. 그것은 각각 1면과 12면에 채워진 ‘같은 사건의 다른 무게’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마이뉴스/장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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