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권영길 의원님, 이제 그만 하시죠.

녹색세상 2008. 1. 23. 18:56

   새롭게 들리진 않을 것 같다. 본인도 이미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하련다. 재삼재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 얘기다.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제 그만하시라.”


  ‘고언’을 전하는 이유는 권영길 의원 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권영길 의원이 어제 열린 ‘고 하영일 동지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말했다. “국민의 심판은 엄정했다.” 이게 이유다. 권영길 의원에 대한 국민 심판은 이미 끝났다. 대선 득표율 3%는 처참하다. ‘3’이라는 절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지지율 5%에도 미치지 못한 상대 숫자가 중요하다. 10년 정당의 후보가 신생정당인 창조한국당의 후보에게 밀렸다. 대선 삼수의 관록이 정계진출 넉 달 밖에 되지 않은 신진에게 밀렸다. 그것도 5.8% 대 3%로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밀렸다.


  결과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대선에서 그러했다. '코리아 연방공화국'이 그러했고, 지갑에 얼마씩 채워주겠다는 약속이 그러했다.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고 나아가 생뚱맞기까지 했다. 당 대표와 의원단 대표를 맡았을 때도 그러했다. “살림살이 좀 나아 지셨습니까?”라고 묻기만 했지 살림살이에 다림질을 해주지는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97년과 2002년 대선에선 사표 방지심리가 민주노동당 표를 빼앗아 갔다고 항변할 거리라도 있었지만 지난해 대선에선 이마저도 없었다. 온전히 평가받아 완전히 무너졌다.


  중국의 장강을 끌어올 필요는 없다. 한강이 그렇고 낙동강이 그렇고 마을 샛강이 그렇다. 물은 흐르는 법이다. 낡았다. 권영길 후보는 ‘낡은 인사’다. 지난 10년의 공적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난 10년의 공적을 미래의 보증수표로 간주할 이유도 없다. ‘심상정 비대위’가 ‘창당 수준의 혁신’을 다짐하는 상황이다. 좋아서가 아니라 밀려서 하는 혁신이다. 그대로 두면 당이 온전하게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 위기의 한 가운데에 권영길 의원이 서 있다. 그가 상징하는 건 ‘당내 기득권’이고 ‘경직된 구노선’이다. ‘권영길’로 상징되는 이 ‘낡은 요소’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통합신당의 몇몇 의원들이 총선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내밀한 연유는 알 길이 없지만 공개된 그들의 퇴장 사유는 한결같이 ‘책임 통감’이다. 통합신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다고 했다. 대입해서 살필 필요가 있다. 권영길 의원의 경우는 어떨까? 도리로 따지면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는 않다.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 통합신당 의원들은 평의원이었거나 원내대표를 맡았던 인물들이다. 반면에 권영길 의원은 당 대표와 후보를 두루 거친 ‘간판’이다. 힘과 셈법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향해 도리를 요구하는 건 순진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하나 첨가한다. 전략상으로도 그렇다.


  권영길 의원의 총선 출마는 ‘심상정 비대위’ 입장에선 달가운 일이 아니다. 당선이 돼도 그렇고 낙선을 해도 그렇다. 당선을 하면 혁신 교란 요인이 실제화 한다. ‘혁신의 맞은편에서 ’구체제‘의 부활 움직임이 움틀 수 있다. 낙선을 하면 상징적 타격이 크다.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을 대표해온 인사가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낙선을 하는 건 ’정치적 사망선고‘에 다름 아니다. 너무 야박하게 말한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민주노동당이기 때문이고, 민주노동당의 간판이었기 때문이다. 기성 정당과는 다른 풍토, 기성 정치인과는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야박하더라도 대놓고 못 박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국민의 심판은 엄정했다”고 인정한 권영길 의원이 이런 말도 했다. “앞으로의 날들이 지나온 날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길을 헤쳐 나가고자 다짐한다”고 했다. 어떻게 헤쳐 나간다는 걸까? 개인의 경쟁력으로? 불굴의 의지로? 전자는 이미 '‘정한 국민 심판’을 받은 터이고, 후자는 ‘심상정 비대위’ 체제가 장벽을 치고 있다.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착시일지도 모른다. 권영길 의원이 불굴의 의지를 다짐하기 하루 전부터 이른바 ‘평등파’ 당원들의 탈당이 시작됐다. 이 탈당 움직임이 행렬을 이루고, 이 행렬의 꼬리가 길어질수록 '심상정 비대위'의 힘은 빠질 것이고, ‘혁신’의 동기와 동력은 줄어들 것이며, 민주당동당은 쪼개질 것이다.


  쪼개진다면, 그래서 ‘심상정’이라는 한시적 간판 외에 다른 간판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시 힘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흐름에서 권영길 의원은 어떤 자리를 차지할까? 다른 건 몰라도 불굴의 의지가 뛰어놀 공간은 넓어질 것이다. 믿기 어렵다. 권영길 의원이 ‘공학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그래서 다시 눈을 비빈다. 일방적 추측이라고, 과도한 예단이라고 치부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권영길 의원조차도 기성 정치권의 ‘낡은 정치수법’을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순수하게 고언한다. “이제 그만하시라.” 권력을 버림으로써 명예를 얻는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해 이렇게 대놓고 말한다. “이제 그만하시라”고.... (블로그뉴스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