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새 정부가 PSI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어놓게 될 경우 PSI를 "노골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하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PSI 참여를 내세워 북핵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나설 경우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답보 상태에 놓인 6자회담을 좌초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인수위도 '민감성'은 알고 있는 듯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11일 PSI 정식 참여와 관련해 "아주 신중하게, 그야 말로 백지상태에서 참여 여부를 검토해 보자는 얘기"라며 검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외교통상부가 한미동맹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 차원에서 PSI 정식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에 대해 "PSI 확대 참여가 확정적이라고 보도하면 뉘앙스가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인수위 역시 PSI 확대 참여가 북한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어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가져올 파장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변인은 잠시 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하자는 정도에 그쳤다"라며 "참여를 전제로 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를 핵심 외교 과제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PSI 정식 참여가 조만간 가시화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PSI 추진 세력 퇴진…1년 후면 없어질 것을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서 시작된 PSI에는 미국을 포함해 현재 전세계에서 86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미국의 요청으로 PSI의 8개 항 중 역내ㆍ외 훈련의 참관단 파견, 브리핑 청취 등 옵서버 자격으로 가능한 5개 항에만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식참여 △역내 차단훈련 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 지원 등 3개 항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미국의 PSI 정식참여 요청에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PSI에 참여할 경우 남북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2003년 이 구상이 출범된 초기부터 "미국이 조선반도 핵문제를 대화가 아니라 군사적 대결의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작정하고 이미 그것을 실천 단계에서 추진시키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규정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04년 10월 미일 합동해상훈련을 하루 앞두고 "우리는 이번 해상봉쇄훈련을 궁극적인 상징행위로 보면서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노골적인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또 한국이 지난 2006년 호주에서 있었던 PSI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키로 하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남측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반민족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발생하는 모든 후과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PSI 참가국 수는 많지만 실제로 적극 참여하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PSI를 고안했던 존 볼턴 전 미 국무부 차관과 '미스터 PSI'라는 별명을 가진 로버트 조지프 차관 등 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이미 부시 행정부에서 퇴진한 상태다. 따라서 PSI는 1년 뒤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폐지되거나 상징적인 조치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뒤늦게 PSI에 참여하는 것은 한미동맹과 국제공조 강화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북한의 반발만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프레시안/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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