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진술번복? 조서 한두 구절만 인용 말라”

녹색세상 2007. 12. 6. 17:14
 

김경준씨 변론 변호사 “한글 이면계약서 위조된 것 아니다”

 

▲11월 19일 새벽 BBK 주가조작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김경준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송되던 중 차에 타기 전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검찰이 김경준씨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주가조작에 관여 안 했다’, ‘BBK는 100% 내 소유’라고 진술을 바꿨다는 발표는 의사소통이 잘 안된 거다. 전반적인 취지는 그렇지 않은데, 조서의 한두 구절만 인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경준씨 변호인인 오재원 변호사가 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김씨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밝혔다. 전날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즉 김경준씨가 진술을 번복해 혐의를 자백했다는 검찰의 브리핑 내용을 뒤집은 것.


  또한 ‘한글 이면계약서가 위조됐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판단의 몫은 법원이다, 김씨에게 유죄가 선고될 것처럼 호도해선 안 된다”며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김경준씨 변호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으로, 김씨가 앞으로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줄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사장은 이명박 회장에게 다 보고했다”


  오 변호사는 김씨가 자신의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씨가 '주가조작에 이 후보가 개입한 적이 없다', 'BBK는 100% 내 소유'라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검찰의 발표와는 상반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검찰 자신의 판단일 뿐”이라며 “전반적인 취지가 그렇지 않은데, 조서의 한두 구절만을 인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씨는 미국 사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었다”며 그 내용을 설명했다.


 “김씨가 이명박 후보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이 후보가 직접적으로 주가조작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사장인 김씨가 모든 거래 관계를 회장인 이 후보에게 다 보고했으니 이 후보는 다 알고 있었다. 또한 ‘BBK 100% 내 소유’ 진술 부분은 검찰이 이 후보가 주주명부에 등재된 적이 없다고 하니 그렇다고 한 것일 뿐 김씨는 이 후보가 사실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해관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 변호사는 “LKe뱅크를 지주회사로 한 그룹 생성 계획이 무너졌지만, 만약 완결됐다면 김 씨와 이 후보는 그 지분을 반반씩 가지게 돼있었던 동업관계였다”고 답했다.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왼쪽)가 11월 2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윌셔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다는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에릭 호닉 변호사.  ⓒ 연합뉴스


한글 이면계약서 위조 아니다”


  오 변호사는 ‘BBK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한글 계약서가 위조라는 검찰 발표를 반박했다. 그는 “김씨가 계약서를 작성해 이명박 후보로부터 직접 도장을 받았다”며 “그 도장은 2000년 9월 이후 실제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김씨가 계약서상의 계약일자와는 달리 2001년 3월에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가 BBK 운영과 관련 금감원 조사받게 되어 BBK 문제를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면서 LKe뱅크 지분을 통해 자회사 BBK, EBK 등의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이 후보로부터 보장받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해 날인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오재원 변호사는 검찰이 한글 계약서가 위조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제시한 증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계약서를 뒷받침하는 돈의 흐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계약서가 거래 입증 자료가 아니라 이 후보와 김씨 간의 개인적인 의미에서 약속을 보장 받겠다는 것으로 자금 흐름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엔 레이저 프린터만 있었는데, 계약서는 잉크젯 프린터로 프린트됐다”는 검찰의 발표와 관련해서도 “잉크젯 프린터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에서는 레이저 프린터 존재를 참고인 조사 결과로 짐작하는데, 김씨의 진술에 의하면 김씨가 40만원 상당의 컬러 잉크 프린터용 카트리지를 구입했고, 그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서 형식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오 변호사는 “김씨는 한글을 읽기는 하지만 쓰는 걸 잘 못해 컴퓨터 내에 유사한 계약서를 불러와 수정했다”며 “이는 한글 계약서 진위 여부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또한 “계약서 종이가 다르다는 점 역시 6개월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계약서 진위 여부를 가리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준씨는 자신의 범죄 혐의 모두 부인한다”


  오 변호사는 이어 “김씨가 자신의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에 따르면 여권 등 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 김씨는 “미국의 명의 도용 서비스를 이용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문서 입수를 지시했지만 당시 직원 이 아무개씨가 편의상 위조했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에 따른 증권거래법 위반의 경우 김씨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인수과정에서 필요한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거래를 했을 뿐, 주가조작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횡령과 관련해서는 오 변호사는 “횡령했다고 알려진 돈을 BBK 투자자에 대한 투자금을 반환하거나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자사주를 취득하는 사용해 결과적으로 김씨 개인이 착복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선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