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29일 울산을 시작으로 안동, 대구, 부산을 찾는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진보정치 1번지인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까지, 시장과 거리에서, 대학가까지 상인과 시민과 학생들을 만나며 권영길과 함께 세상을 바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의 정치색이 강한 영남에서 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민의 입을 다물게 했다.
△29일 권 후보는 아침 7시 울산 현대자동차 구정문을 찾아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일일이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명박 당선되면 우리나라 5대 재앙 온다”
권 후보는 영남지역 유세 때마다 “이명박 후보가 집권 하면 국민들에게 5가지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며 “국가경제, 서민경제, 공교육, 환경-생태, 인성 파괴의 재앙이 몰려 올 것”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는 “요즘 언론에 연일 나오는 이명박 후보의 탈세,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주가조작, BBK 등 무수히 많은 문제가 나온다”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무슨 짓을 하던 돈 많이 벌어 권력만 잡으면 된다고 가르칠 것인가?”라며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전 국민의 인성을 파괴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권 후보는 “이 후보의 당선은 공교육의 붕괴를 몰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1년에 등록금이 천만원, 천오백만원 들어가는 자립형사립고 150개를 만드는 것”은 “부자는 부자끼리 교육받고, 다시 부자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며, 황폐화된 공교육은 서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는 오로지 부자만을 위한 경제”라고 밝혔다. 권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재벌에 대한 규제는 풀고, 부자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노동자 대량해고가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라며 이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이명박의 경제에 대해서도 권 후보는 강하게 비난했다. 권 후보는 “요즘 시끄러운 BBK 문제는 이 후보의 주장대로 사기를 당했거나 사기를 쳤거나 둘 중에 하나”라며 “사기를 당했다면 ‘실물경제의 귀재’라는 말이 거짓이고, 사기를 쳤다면 사기꾼에게 나라를 맞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그 재앙을 막을 사람은 바로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이라며 “서민의 지갑에 211만원을 넣어주는 가계부 대혁명, 친구경제로 서민의 살림살이를 살리겠다”고 말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울산, “노동자는 노동자 대통령 찍는다”
29일 권 후보는 아침 7시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을 찾아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일일이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박모(47) 씨는 “노동자 후보 아니냐?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며 “노동자가 노동자 후보 찍는 거야 당연 한 거 아닌가?”라고 되물어왔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대통령 후보 선택은 한결 같았다. 바로 ‘노동자’가 ‘노동자 대통령’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노동자 정상원 씨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신선하다”하다며 12월 19일 꼭 권영길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정 씨는 “TV토론회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아직 20대라는 서모(28) 씨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좀 오래 일한 사람들은 모두 권영길 후보를 찍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아직 권영길 후보를 잘 모른다”며 자신도 “아직 누굴 찍을 지 결정하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 씨는 “내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권영길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남 씨는 “서울시장 때부터 위장취업을 해온 이명박 같은 사람에게 대통령을 맡길 수 없다”며 “노동자를 위해 헌신해온 권영길 후보를 당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 권영길 후보에게 바라는 점은 뭐냐고 불어보자, 김 씨는 “바라는 거 없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유세에 나선 권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강성노조를 정리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경제를 망쳐냐”고 되묻고 “경제를 망친 사람은 위장취업에 부동산투기ㆍ주가 조작을 해온 이명박 후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정리해고와 대량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한다”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비정규법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내세우고 한나라당이 맞장구쳐서 통과되었다”며 “비정규직을 해고시키는 법을 만드는데 일조한 정동영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뻔뻔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삼성 비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꿔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안동, “양반의 도시답게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아 달라”
현대자동차 아침 출근 유세를 마친 권 후보는 2시간 30분을 달려 안동 권씨 시제에 참가하고 안동 남문동에 위치한 구시장을 방문하여 상가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 유세활동을 벌였다. 구시장 초입에서 떡볶이와 튀김 등을 파는 박모(44) 씨는 “권영길 후보는 가장 서민을 위하는 후보같다”며 “다른 후보와 달리 개인적인 정치적 욕심이 없고,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을 거 같다”며 가장 깨끗한 후보인 권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선거에서도 권 후보를 찍었다는 한 노점상인은 “우리 아들이 노동자고 나도 노점하는 서민인데, 서민이 서민대통령 찍어야지”라며 “우리 아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꼭 권영길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온 안선영(47) 씨는 권 후보를 “여성에 대한 공약이 가장 좋은 후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고, 농사짓는 김기수(70) 할아버지는 “권 후보 말고 찍을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권 후보의 연설에 입을 열지 못하는 한나라 지지자
안동을 거친 권 후보는 전통적으로 보수적 정치색이 강한 대구를 찾았다. 오후 2시 권 후보가 찾은 대구 서문시장은 2주전 이회창 후보가 찾았다가 계란을 맞은 곳이다. 이 사건의 영향인 듯 수십 명의 사복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서문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분들로 오랫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분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권 후보의 연설이 있을 때는 5백여 명의 시민들이 유세장을 둘러싸고 진지한 자세로 듣고 있었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 최이곤(66) 씨는 줄곧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왔다고 했다. 최 씨는 “오랫동안 지역색인 한나라당을 지지해왔다”며 그러나 “요즘 방송 내용을 보고 누구에게 투표할 지는 미뤘다”고 했다. 그러나 최 씨는 이명박 후보 대신 이회창 후보를 거론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만 권 후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러 왔다는 김모(57) 씨는 “TV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어도 대구는 여전히 많이들 지지 한다”며 자신도 그렇다고 했다. 유세단을 지켜보던 김 씨는 “유세단이 말도 잘 하고 춤도 잘 춘다”고 말하고 “그래도 노동자들은 권영길 후보 많이 지지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
서문시장에서 권 후보의 연설은 안동에서 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5대 재앙이 온다”는 내용이었다. 권 후보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 사이에서 “다 맞는 얘기네”라는 말들이 나오고 연설 중간 박수도 나왔다. 권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마침 김 씨가 보여 들어본 소감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한참을 주저하던 김 씨는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연설을 들으러 온 또 다른 한나라당 지지자는 “박수 받을 만하다”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서문시장에서 장사하는 서모(40) 씨는 “대구에서는 권영길 후보 지지한다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오늘 들은 연설 내용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면 할 말이 있겠다”고 전했다. 서 씨는 “유세를 듣고 나니 권 후보가 더 믿음이 간다”고 했다.
�음의 선택은 ‘권영길’
대구에 이어 찾은 곳은 부산의 부산대학교 앞이다. 서문시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거리가 활기차고 밝았다. 특히 시장과는 달리 대부분 젊은 학생들이여서 권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권 후보가 지나가면 주변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스레 권 후보를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악수를 하고 싶다며 권 후보의 앞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부산대에 다니는 복학생 김성익 씨는 “권 후보가 연설하는 내용 하나 하나 모두 맞는 말”이라며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해서 학교 다니고 있는데, 학생으로서 무상교육이 가장 와 닫는다”고 전했다. 최선영 씨는 “처음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데 권영길 후보에게 찍겠다”고 밝혔다. 최 씨는 “아빠가 이명박 지지자여서 요즘 자주 싸운다”며 “오늘 들은 연설 내용을 얘기하면 이길 거 같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김인석 씨는 “대학에 들어와서 바로 취업이 걱정”이라며 “졸업하고 첫 직장부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은 너무 우울하다”고 전하고 “꼭 권 후보가 당선되어 그런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전했다.
부산대 유세를 마친 권 후보는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가 주최하는 ‘2007 사회복지사대회’에 참석하여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들고, 사회복지사가 전문성을 인정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권 후보는 부산시 부전동에 위치한 농협중앙회부산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전국농협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가 주최한 ‘단체교섭 승리, 총파업 승리를 위한 100일 문화제’에 참석했다. 권 후보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고 투쟁하여 승리하자”고 전했다. 곧이어 부산 서면을 찾아 시민들에게 유세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숨 가쁜 하루 일과를 마쳤다. (진보정치/백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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