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삼성비자금 8대 의혹 공개…김용철 변호사 기자회견

녹색세상 2007. 11. 26. 16:12
 

“오늘 내가 쏟아놓은 자료가 검증이 안 될 수도 있다. 여러분(기자)들이 증명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이 정부도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와 이 정부의 뜻이 같을 거라고 본다. 나는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사실대로 밝힐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26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 지하 강당에서 4차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 8가지의 삼성 비자금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가 이날 밝힌 ‘8대 삼성 비자금 비리’는 ▲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 비자금을 이용한 고가 미술품 구입 ▲ <중앙일보>, 삼성 계열사 위장 분리 ▲ 삼성중공업 등의 계열사 분식회계와 삼일회계법인의 묵인 ▲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불법행위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차명자산 보유 및 관리 ▲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 ▲ 시민단체 등 주요 인맥 관리 등이다.


“삼성물산-삼성SDI 구매계약하면서 19% 덧붙여서 비자금 조성”


  김 변호사는 삼성물산의 해외비자금 조성과 관련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를 하면, 계열사들은 그에 따라 비자금을 갹출했다”며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의 해외 구매 대행과 그룹 내 모든 공사를 맡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 비해 비자금 조성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변호사는 삼성전관(현 SDI) 구매팀장 서00와 삼성물산 런던지점, 타이페이 지점, 뉴욕지점장들 사이에 체결된 '비자금 조성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하면서 “기본계약을 통해 200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해외법인과 SDI의 장비구매계약 현황을 담은 ‘메모랜덤’에는 삼성물산의 해외법인과 SDI가 ‘장비구매대행계약’을 맺으면서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가 상세히 나와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증거, 이건희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미술품구입에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참여연대에 관계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리할 ‘로비지침’ 등을 공개했다. 기자회견 도중 김용철 변호사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김 변호사의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이덕우 변호사는 공개한 ‘메모렌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삼성물산이 SDI와 구매계약을 하면서 1%의 수수료를 받고, 19%를 덧붙여서 이것을 비자금으로 만드는 방식이 사용됐다”며 “삼성물산 런던지점-타이페이지점-뉴욕지점이 모두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각각 수수료가 다르다. 런던지점은 수수료 1~19% 해외비자금, 타이페이지점은 수수료 2~13% 해외비자금, 뉴욕지점은 수수료 2.5~17.5%이다. 예를 들면, 삼성물산이 100원에 사온 물건을 SDI에 120원에 팔아서 1원은 삼성물산이 대행수수료 수입으로 취하고, 19원은 비자금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경위에 대해 김 변호사는 “SDI 구매담당 강××이 실수해서 퇴사를 당한 뒤에 메모랜덤 등 비자금 관련 서류를 복사해서 미국으로 들고 나가 삼성에 협박을 했다”며 “2000년 경 김인주 사장이 이 문제를 의논해와 메모랜덤 등 관련 서류를 보게 됐으며 당시 범죄를 저지르면서 근거를 남기냐고 한 마디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미국 샌디에고에 거주하던 강××이 김순택 사장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왔다”며 “그 협박 편지도 본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인주 사장이 이를 답답해하면서 “협박에 응하다보면 끝이 없고 해결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며 “김인주 사장이 ‘강××, 죽여버릴까’라고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인주 사장이 ‘강00 죽여버린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삼성가 여성들의 해외미술품 고가 구매 등 ‘사치행각’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와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 이재용씨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인인 신연균씨 등이 2002~2003년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이 기간에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된 액수만 6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홍라희씨는 수시로 구조본 재무팀 관재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 대금을 미술품 거래상인 서미갤러리(관장 홍성원) 등에 지급하도록 했다”며 “그 돈은 모두 구조본 재무팀이 관리하는 비자금이었다”고 덧붙였다. 홍라희씨 등이 구입한 미술품 중에는 800만 달러 정도 되는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과 716만달러에 이르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바넷 뉴먼, 도날드 저드, 에드루샤 등 미국 추상파 작가들과 독일 작가 리히터의 작품 등이 100만 달러 이상의 고가작품도 있으며 김 변호사는 “이재용씨로부터 ‘행복한 눈물’이 이건희 회장 집 벽에 걸려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홍라희씨 등이 구입한 작품들은 미술사적 평가 등에서 톱클래스에 오른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비자금 조성에 관한 합의서’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전관(현 SDI) 구매팀장 서00와 삼성물산 런던지점, 타이페이 지점, 뉴욕지점장들 사이에 체결된 ‘비자금 조성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하면서 “기본계약을 통해 2000억원 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계열분리는 위장, 비밀 주식명의신탁”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 분리’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분리’였다”며 “99년 김인주 사장이 주식명의신탁계약서를 비밀리에 써달라고 해서 써준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계약서는 중앙일보 주주명의자는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홍석현 회장은 의결권이 없으며,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며 “공개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왜 만드느냐고 물어보니 김인주 사장은 그래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통상 맺어지는 계약서 작성과 달리 이 계약서는 1부만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작업과 삼일회계법인이 어떻게 참여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00년 당시 ▲ 삼성중공업 2조원 ▲ 삼성항공 1조6천억원 ▲ 삼성물산 2조원 ▲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 제일모직 6천억원을 분식회계 처리했다”며 “삼성중공업은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있는 것으로 꾸미는 등 무모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리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를 알면서도 룸살롱 접대를 받는 등 향응을 제공받고 사실과 다르게 적정의견을 주었다”며 “분식회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부를 유출시키는 방법을 통해 분식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변호사 로비지침 문서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공개한 참여연대 관련 법조인 ‘로비지침’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표지 포함 7장) 문서의 표지.



“김앤장, 삼성의 범죄 알고서도 허위 조작”


  또한 김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고발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는 대부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 조언자 내지 대리인의 방식으로 관여했다”며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삼성의 범죄 행위를 축소무마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등 그룹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수사와 형사재판 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허위 사실을 조작하는 것에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 일가는 자산 중 상당 부분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며 차명예금, 차명주식, 차명부동산이 각각 누구 명의로 관리되고 있는지 공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최주현, 장충기, 이순동, 이우희, 노인식 및 관계사 사장단 대부분의 명의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명관, 이수빈, 이필곤 등 전 회장단과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 명의로도 운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자동차의 ‘약간 흑자’ 분식, 실제로는 대형 적자”


  김용철 변호사의 발언대로라면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기록도 불법 폐기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상용차의 파산 당시 구성원들이 회사를 점거, 서류를 태웠는데 예보조사단이 잿더미 속에서 분식회계서류를 발견했다”며 “삼성상용차 손실이 너무 커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지 못하자 대형적자가 난 것을 약간의 흑자로 분식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이 그동안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동향 파악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삼성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유사시에 매수하고 회유하기 위해 평소에 중요 인사에 대해 접촉할 수 있는 인맥관리명단을 작성해 두고 있다”며 실제 명단을 공개했다. 참여연대 내의 모든 변호사에 대해 인맥지도가 있으며 각 변호사 별로 핵심지인, 출신학교 및 연수원 동기, 친구 등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조선일보와 데일리안 등 일부 언론사와 이건희 회장과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과 전 삼성그룹 법무실장 이종왕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약 200여 명의 취재진들이 아침부터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