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신정아만 죽이려 드는가?

녹색세상 2007. 9. 23. 16:50
 

로맨틱한 변양균을 유혹한 신정아?

 

 ▲사진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연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과 신정아 문제로 온 언론이 도배를 하고 있어 지금쯤 열기가 뜨거울 연말 대통령 선거 관련 기사를 보기 힘들다. 그런 와중에 문화일보라는 한 신문사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벗은 사진을 신문에 실어 황색신문 수준 밖에 되지 않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말았다. 누드 사진의 진위 여부를 떠나 남의 집에 들어가 주인의 허락없이 갖고 나왔으니 도둑질이란 범죄 행위를 언론사가 저지르고 말았다.


  처음 이 사건의 발단은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위조였고, 그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 학력 허위기재가 불거졌으며,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 선정에 배경에 대한 의혹이었다. 박사학위 논문위조와 학력 허위기재가 사실이고 이로 인해 이익을 얻은 게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처벌을 받으면 된다. 법치국가로 ‘무죄추정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니 검찰의 명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의 최종 재판이 나와야만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상업적이고 선정주의적인 보도 행태는 중세의 ‘마녀사냥’을 방불케 하듯 신정아란 한 여성을 이미 죄인으로 낙인찍어 버렸고, 진위 여부를 떠나 개인의 알몸사진까지 신문에 기대하는 파렴치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기에다 대통령의 측근인 변양균과 ‘낮 뜨거운 연애편지’까지 들먹이며 30대 중반의 젊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권력층에 접근해 사욕을 채운 것으로 단죄하고 있다. 개인도 물론이려니와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청탁을 들어주며 젊은 여성을 성의 노리개로 삼았다면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둘이 아무런 거래가 아닌 좋아한 사이라면 사생활침해임에 분명하다. 최근 어느 판사는 ‘개인의 이부자리 문제까지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간통죄에 대한 위헌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남의 알몸사진을 신문에 게재하는 언론사

 ▲사진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문화일보의 신정아 알몸사진 게재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일 뿐 나머지 관련 보도와 그리 간극 차이가 나지 않으며 “신정아씨가 ‘수려한 미모’의 성공한 비혼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냐”고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말한다.  “신정아씨가 만약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면 학력위조 의혹이 성로비, 핑크빛 이메일 같은 기사로 이어지기가 힘들었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반면에 지난 16일 ‘중앙SUNDAY’에 실린 ‘지인들이 말하는 변양균’에서 드러난 변 전 실장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품을 가진 이’, ‘자신의 소신을 정확하게 밝히는 이’, ‘사생활에서는 서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으로 말하고 있어 같은 사건으로 조사받는 사람을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신정아씨에 대해서는 “사치스럽고 규모없는 생활, 부적절하고 문란한 사생활을 암시하는 추측성 기사”가 판을 치지만 변양균은 ‘로맨티스로’가 되어 있다. 지금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죄질이 과연 누가 더 큰지 삼척동자도 알지 않는가? 


  인명을 대량 살상하는 무기 장사를 위해 김영삼 정권 시절 ‘백두사업’ 관계자들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성관계를 통한 로비를 한 ‘린다 김 사건’의 경우 남편없는 여성인 린다 김만 고급 창녀가 되었을 뿐 성접대를 받아가며 국가방위사업체계를 엉터리로 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별 말없이 넘어가 버렸다. 남녀가 놀아났다면 쌍방의 책임이 있지 어느 한쪽만 뒤집어 쓰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 명백한 성차별이다.


학력위주와 학벌사회 벽을 깨야한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김옥랑씨나, 수사 중인 신정아씨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에 대한 처벌을 하면 되지 언론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보호받아야할 사생활마저 건드리는 것은 범죄행위다. 학력 진위 여부가 ‘온천하 보다 소중한 살아있는 사람’을 생매장 시키고 있다. 김옥랑씨는 학부 졸업에 대한 의혹이 있긴 하지만 석박사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대학의 교수가 되어 강의를 했고, 예술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으니 그의 실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학부 과정의 의혹이 지금까지 해 온 거의 모든 업적마저 허위와 가식으로 몰아 붙여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학력위주의 사회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스카이대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학벌이다.


  자기 분야에서 아무리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실력이 뛰어나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박사 학위가 없으면 대학 강단에 세우지 않는다.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의 경우라도 최소한 석사학위를 있어야 한다. 고3의 국영수 점수가 운명을 좌우하는 사회, 유명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평생을 보장받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다. 학력 위주 사회 문제 해결은 결코 어렵지 않다. 기업에서 사원을 채용할 때 학력 기재난을 없애고 면접시 학력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 사업주를 구속시키고, 해당기업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는 법을 만들면 된다.


  말이 잠깐 옆으로 벗어난 것 같다. 신정아ㆍ변양규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중년남성의 사라은 낭만’이고, 젊은 신정아는 ‘꽃뱀’으로 매도하는 짓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고 여성을 죽이는 짓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성단체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 일부를 보면서 언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지난 13일 경향신문> 실린 ‘다채로운 남성편력..... 잠 못 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 한 중견 문화인이 ‘2년 전에 신정아씨와 데이트를 하며 손을 잡았더니 스킨십을 나눈 두 번째 남자라면서 첫 번째 남자는 아버지라고 하더라’며 ‘배신감이 아니라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그는 신씨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저급한 남성의 발언을 중앙종합일간지가 그대로 기사화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