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자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이 권영길 후보와 심상정 후보 간의 결선투표로 갔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저는 이것이 민주노동당을 둘러싼 시대적 변화와 요구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후보님들 그동안 당을 위해서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자리 잡게 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후보는 당의 원내 진입과 그 후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많은 당원들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도약해서 150% 이상의, 집권에 가까운 지지율을 올리는데 심상정 후보가 가진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대선 구호 “당신은 행복하십니까”의 유래
제가 2000년 5월에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이 되고 난 후 소설가인 친구 부인에게 민주노동당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친구 부인은 이제 사람들이 굶는 일은 없으니 민주노동당은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로서 격렬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많은 맞벌이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친구 부인은 이렇게 억울하게 잘린 여성들이 정말 꼭지가 돌 정도로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여성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여성들은 어린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면서 너무나 힘들고, 연로하고 병든 시부모와 친정부모 보살피기에 너무나 힘들고, 나쁜 공기와 물, 안전하지 못한 식품 때문에 불행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당시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이광호 동지에게 전하면서 “키워드는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메인 카피를 뽑고 1년 이상 기획특집을 이어 갔습니다.
제조업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여성, 농민, 노인, 공무원, 은행원, 환경미화원, 장애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이 안고 있는 문제를 현장 인터뷰를 통해 파헤치고, 해당 부문에 대한 정부정책, 민주노동당의 정책대안 등을 살펴보는 식이었습니다. 당원들과 독자들의 호응이 아주 좋았지요. 이렇게 1년여 동안 벼려 온 슬로건을 대선후보 토론회 때 이야기하니까 국민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광호 동지에게 그동안 연재한 것을 묶어서 단행본을 낼 것을 여러 차례 권했는데 새로운 내용으로 보완해야 한다면서 미루더군요. 지금이라도 조금 보완해서 책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 있는 후보
“여성이 행복하면 온 국민이 행복하다, 여성을 행복하게”
심상정 후보가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 3당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이렇게 외치면 틀림없이 여성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은 국민들의 절반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는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을 때 비정규직에 취직하는 비율이 남성들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결혼하여 자녀를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에 처하기 쉽습니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일류 대학 진학열과 소득의 20% 이상을 지출할 정도의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립니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도록 영어공부, 해외 연수 등을 뒷바라지해 줘야 합니다. 졸업 후에 자녀가 결혼 후에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실업을 당하거나 이혼을 하면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 가장 시달리는 것은 우리 누이와 어머니 등 여성들입니다. 따라서 여성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여성들이 행복하면 남성들도 행복해지고 온 국민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우리 국민들은 실업, 질병, 노령 등 종전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가사와 직장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결혼 후에 여성들이 집에 들어앉으면 가족의 소득이 부족해서 살아가기 어려우므로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결혼 연령 상승 내지 기피, 자녀 출산 기피 등으로 합계출산율이 2005년 1.07%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주부들의 놀라운 사회 변화 의지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의 목소리와 사회적 힘도 자연히 커지고 있습니다. 전에는 주부들이 남편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제는 아내의 주장에 맞추어 남편이 투표를 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강하게 투쟁하고 있는 이랜드 노동자의 주축은 여성들입니다. 1960~70년대가 섬유업종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주축이었고, 1980~90년대 제조업 대기업의 남성 노동자들이 운동의 주력이었다면, 현재는 팽창하는 서비스업의 여성 노동자들이 운동의 핵심주체로 떠올랐습니다.
여성들은 소비부문에서 유통자본의 지배로부터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생활협동조합운동에서도 주력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한국생협연대가 주최한 전남 진도 기행수련회 행사에서 강의를 했는데 주부 여성들의 진지함과 사회변화 의지에 놀랐습니다. 선진 민주복지국가를 떠받치는 핵심 단위는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소비조합입니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지키는 주체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과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입니다. 이 모든 부문을 주도할 여성들의 의식이 바뀌어 진보정치의 주역이 되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의 집권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도 불가능합니다.
이랜드 투쟁과 시대변화의 확실한 조짐
원내 진출 후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말한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이라는 올바른 꿈을 이제는 명실 공히 펼쳐나갈 때입니다. 한국 사회는 ‘후발자의 이점’을 살려 압축 경제성장을 했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의 충격을 받아 압축 모순 축적을 당했습니다. 모순의 해결과 복지국가 구축도 선진복지국가의 경험을 참고하는 후발자의 이점을 살려 압축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과 여성들의 의식도 양극화 사회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굴종적 삶에서 서서히 벗어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이웃 아줌마들인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이 완강한 투쟁에 나서고 국민들의 넓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시대 변화의 확실한 조짐입니다. 권영길 후보와 심상정 후보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고민하시는 당원 동지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향후 총선 등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장래를 밝게 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장상환/경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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