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좋은 이웃이 한번 되어봐야.....
요즘은 자주 홈에버에 자주 가곤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노조의 파업정도로 생각했었던 일들이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픈 사연들이 홈에버 매장 안에서 일어나고 있더군요. 40~50대의 주부들이 파업을 하면서 외치는 구호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보셨으면 아마도 아실 듯 합니다.
“화장실을 개방하라”
“식당을 개방하라”
“사무용품을 지급하라”
“장갑을 지급하라”
요즘 세상에 이런 것들이 노조에서 파업하면서 요구해야 할 쟁점 사안이라는 것이 믿기세요? 저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좀 더 거창한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랜드 노조 조합원의 모습[사진:민주노총울산본부]
주부들이 하루 동안 일을 하면서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1층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더더구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
1층에서 일하던 사람이 화장실을 굳이 멀리 있는 곳에 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며, 어차피 회사에서 일 시키면 밥 먹여주는 거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 시키려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무용품 지급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작업시에 필요한 장갑도 너무나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월급 고작 80만 원 정도 쥐어주면서 볼펜도 사서 쓰게 하고, 장갑도 사서 쓰게 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무슨 여성 노동자들이 봉사하러 홈에버에 아침부터 출근한 것처럼 말입니다.
웃고 싶지 않은 날은 웃지 않을 수 있는 권리도 그녀들에게는 없었습니다. 고객으로 가장한 감시자가 있었고, 제대로 한번 자유롭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그녀들에게는 없었습니다. 이 현실이 지금 당장은 나와 우리들의 상황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이제 곧 어디 자유롭게 취업하기는 어려운 나이가 되어버릴 듯합니다.
▲ 매장봉쇄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랜드노조 울산분회 조합원들
그렇다면 어쩌면 저도 그들처럼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직 남자 혼자 직장생활을 해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상황이니까요. 그러면 그들의 현실은 곧 나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답니다.
그리고 먼 먼 훗날 내 딸아이도 차별받을 수 밖에 없고, 쉽게 해고당할 수 있고,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이 될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걸 어쩔 수 없습니다. 나도 80만 원짜리 비정규직이 되어 그 월급으로 장갑 사고, 볼펜 사고, 화장실 참아가면서 어렵게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쉽게 착취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 염려스럽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그들이 반드시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에서도 현재의 비정규직 보호법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고 악용될 소지가 높은지, 그래서 아예 비정규직을 없애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녀들의 이번 파업에 적극적으로 찬성의 박수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들의 승리가 나와 내 딸아이와 내 아들아이의 미래를 그나마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녀들의 싸움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생활하시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매장을 두고 조금 멀리 있는 곳으로 가자면 다소 불편하고 귀찮을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웃이 나와 내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조금만 그들을 도와주면 우리의 자녀들이 가까운 미래에 당할 수 있는 부당함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불편해집시다.
그리고 투쟁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울산/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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