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편법적 경영권승계 차단장치 도입해야
법원은 유달리 재벌에 관대했다. 이번에도 그 행태가 재연될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관련 재판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정 회장은 22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당초 약속과 달리 앞으로 7년에 걸쳐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의 전례에 비춰보건대 법원은 이로써 정 회장을 관대히 용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셈이 됐다. 현대차 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관계에 불법로비를 한 죄,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 이익을 부당하게 편취한 죄 모두에 대해.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법원
법원의 균형 잃은 판결을 우려하는 것은 결코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다. 법원은 ‘형제의 난’으로 세간에 알려진 두산그룹 비자금 관련 재판에서도 ‘경연일선 은퇴’ 약속을 근거로 박용성 회장을 관대히 처벌한 전과가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주총을 통해 경영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야말로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구속력 없는 약속으로 솜방망이를 휘두른 셈이다. 어디 이 뿐인가. 법원이 재벌을 관대히 대한 사례는 이밖에도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현대차그룹은 문제가 된 정 회장과 정회선 사장의 글로비츠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주식은 계열사를 편취해 얻은 부당이득인 만큼 해당 계열사에 돌려줘야 한다. 정 회장 일가가 사재를 털어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이고, 이 약속 역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재벌들은 지금도 계열사를 동원한 경영권 편법 승계를 꾀하고 있다. 자본금은 적고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회사를 설립 또는 인수한다. 다른 계열사들로 하여금 일감을 몰아주게 해 단기간 고속성장으로 경영권 승계의 발판으로 이용한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보고서(2007. 5. 22)를 보면, 지배주주가 있는 28개 재벌의 IT회사는 30개사, 평균지분율은 37.97%에 이른다. 이는 상호출자가 제한된 재벌의 총수일가 평균지분율 5.04%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들 회사의 계열사 매출의존도는 평균 65%이며, 90%가 넘는 곳도 있다. 정상적인 상속으로는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지자 재벌 2,3세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뒤 ‘사실상의 지주회사’를 이용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SK그룹 SKC&C)하거나, 주력계열사 지분확보를 위한 자금줄로 이용(현대차그룹 글로비스)하려는 것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 실증해야 권위 산다
따라서 이러한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차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회사기회 유용금지, 이중대표 소송제도, 이사의 책임강화 등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 참에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갉아먹는 재벌의 부당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법원 또한 더 이상 재벌의 빤한 눈속임을 알면서도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 할 때에야 사회적 규범으로 존중된다. 돈과 권력을 쥔 자에게는 관대하고, 그렇지 못한 자에게만 엄정하다면 법은 존재의의를 잃게 될 것이다. (심상정/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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