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당을 건설하기 공식 선언하기 전 그 내용이 우리말본에 맞는지 한글학회에 보내 자문을 받도록 하면 어떨까요? 우리말 파괴가 도를 넘은 문건을 받아 본 한글학회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하면 저는 멀리 도망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당의 최혜영 동지가 “우리도 진보정당의 강령을 대화체로 만들면 사람들이 훨씬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걸 봤는데 참 좋은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보는 사람들이 어려우면 고치는 게 예의지요. 더구나 대중의 지지를 먹어야만 생존가능한 진보정당은 두 말 하면 잔소리죠. 일생을 우리말을 갈고 다듬는데 바친 이오덕 선생님의 ‘읽을 때 어색하지 않게 글을 써야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당의 자료나 문건이 너무 어려워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면 ‘당신들 똑똑하다’가 아니라 ‘잘 난 너희들 끼리 잘 놀아라’며 거부당하기 마련이죠.
홍세화 대표의 글이 내용도 알차지만 너무 어려워 저 같은 사람도 머리를 싸매며 읽어야 할 정도인데 지인들에게 권할 수 있을까요? 친구들은 ‘그래도 노회찬은 말은 쉽게 하던데 너희 대표는 이렇게 어렵게 말하느냐?’는 말을 하니 저로선 할 말이 없죠. 당의 문건이라 자료는 어려운 글쓰기 경연대회에 보내도 1등 하고도 남을 겁니다. 왜 그렇게 어려운 말만 골라서 쓰는지, 그러면서 ‘노동의 정치, 녹색의 정치’를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죠.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국어교사인데 ‘윤 군, 자네가 있는 정당이 참 좋은데 문건을 보면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실 때 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한글학회는 우리말을 지키는데 많은 고생을 하고 있고, 정부에서 한 푼도 지원해 주지 않아 한글대사전을 발간하다 자금 압박에 출판사가 부도나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 등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우리말을 갈고 다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중가요가 왜 잘 펴져나가는지는 가사를 조금이라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쉽게 가사를 만들고 작곡을 한다는 걸 우린 잘 압니다. 대중가요를 보고 우린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결정하던 군사독재정권 시절도 아닌데 뭐가 급해 우리말을 파괴하고 글을 어렵게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당의 강령과 당헌당규는 물론이요 새해에 발간하는 중요 문건을 이런 한글학회에 보내 자문을 받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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