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철딱서니 없는 어느 시골교회 목사 부부

녹색세상 2010. 7. 3. 22:06


몇 일전 이웃의 양파를 캐느라 정신이 없을 때의 일이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팔십 노인도 들에 나온다는 철이다. 농번기를 가리켜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뙤약볕에 한참 땀을 흘리며 양파를 캐는데 도시 사람 차림의 30대 중후반 부부가 음료수를 갖고 왔다. 더운데 누군가 권하는 시원한 물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라는 토를 다는 게 아닌가.

 


신앙생활 35년 가까이 한 내가 들어도 거북한 철없는 소리에 같이 일하던 비신자인 노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섰다. 그 목사 부부는 산골 교회에 사는 도시 사람일 뿐 지역 주민과 함께 하려는 기본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구원이란 선물을 자신들이 주는 것처럼 오만하게 구는 것 같았다면 나의 까칠한 성격 탓인지 모르겠다. 더운데 고생하는 이웃들에게 ‘목이라도 좀 축이시라’며 덕담만 던지고 가도 될 텐데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말을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농민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않는, 땀 흘려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다가 가려는 기본이 안 된 오만의 극치를 느낀다. 저렇게 불쑥 한 마디 던지면 선교가 되고 전도가 되는 줄 착각한다. 정말 시건 머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짓이다. 어느 음료수 광고처럼 2프로 부족한 게 아니라 25~30프로 과해서 탈이다. 들에 나올 때는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모자라도 쓰면 좋으련만 구원 못 시켜 안달이 난 목사의 직업병이 그대로 드러났다.


큰 교회의 좋은 자리가 있으면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산골의 교회이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지 안타깝고 속도 상한다. 교인도 몇 명 없는데 승합차에 승용차까지 굴린다. 그 돈은 한 겨울 추위와 삼복더위도 마다하지 않고 땀 흘린 교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란 걸 아는지 의문이다. 조그만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채소와 양념은 자급자족 하면서 살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침저녁으로 밭에서 갓 딴 싱싱한 채소로 밥 먹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뙤약볕에 땀방울 흘려 보면 농사짓는 교인들의 헌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은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목사 부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비신자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데 선교가 된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가뭄이 심해 물을 주느라 새벽부터 들에 나가는 농민들이 왜 교회를 멀리하는지 알려하지 않는 한 외로운 섬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인사라도 받는 목사를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