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에 대한 마녀사냥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
민주당의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선거를 3일 앞둔 5월 31일 심상정 후보가 당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을 지지한다’며 당론과 반대되는 발언을 하면서 사퇴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은 4.4퍼센트 차이로 패배했다. 한명숙 후보는 불과 0.6퍼센트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노회찬 후보가 얻은 3.3퍼센트가 패배의 원인이라는 원망이 많다. 낙선한 유시민에 대한 원망은 전혀 없다. 정말 한명숙의 패배가 노회찬 때문인가?
오세훈의 당선은 공정택에게 몰표를 준 강남3구 때문이다. 강남구(59.95%), 서초구(59.07%), 송파구(51.28%) 등 강남 3구였다. 이에 반해 한 후보는 서초ㆍ강남구에서 서울 전체 득표율(46.83%)을 10퍼센트 이상 밑도는 30퍼센트 중반대의 득표율을 거두는 데 그쳤다. 득표수를 따지면, 오 당선자를 향한 몰표 경향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강남 3구에서만 39만7064표를 얻어 한 후보(27만134표)보다 12만6930표를 더 받았다. 이 때문에 한명숙 후보는 17개구에서 앞섰지만 지고 말았다.
결국, 오 당선자가 강남3구에서 받은 몰표는 나머지 지역에서 뒤진 표차를 상쇄하고도 남았다는 뜻이다. 한 후보는 관악구와 마포구에서 오 당선자보다 각각 3만5260표와 1만615표를 더 받았을 뿐, 다른 우세지역에서는 수천 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 투표 결과와 관련해 부동산 소유 여부와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의 저자 손낙구 씨는 “단순히 강남3구 몰표 탓에 오 당선자가 한 후보를 따돌렸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패배 원인은 한명숙 후보 자질 부족”
“왜 한 후보는 이긴 17개구에서 강남3구에 비해 적은 표차로 우세를 보였는지도 살펴야, 선거 결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나올 수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솔직히 말해 한명숙은 준비된 후보가 아니었다. 당내의 경선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정책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방송토론 조차 ‘상대에게 흠집을 준다’며 거부하면서 ‘당에 일임한다’는 애매한 말로 일관했다. ‘전략공천’이란 입에 발린 말로 4년 전 강금실에게 당한 이계안은 또 한 번 독배를 마시고야 말았다.
▲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선거사무소 해단식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는 지금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안게 됐다”며 “한명숙 개인은 졌지만, 서울시민은 이겼다”고 말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서울시를 발로 걸어 다니면서 문제점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책을 준비한 이계안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음에 분명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당내 경선 절차를 거쳤건만 ‘민주개혁 세력’이라는 민주당은 반대였다. 2002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 절차를 거치면서 노무현의 주가가 올라간 것을 모르지 않는 민주당은 거꾸로 달렸다. 대신 서울시민들은 25개 기초단체에서 21명을 뽑아주었고,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원의 3분의 2를 민주당이 당선되어 오세훈을 식물 시장으로 만들었다.
원망 일색과는 달리 ‘노회찬의 3.3%는 소중합니다(닉네임)’는 “사람들은 원망의 대상이 필요하고, 그 불똥을 노회찬 씨에 퍼붓고 있습니다”라며 “패배 원인은 한명숙 씨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자질이 부족했던 것 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3.3% 지지율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를 나무라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3.3퍼센트는 무려 14만명이 넘는 어지간한 중소도시 인구다. 한명숙 패배의 원인을 노회찬에게 돌리는 것은 그들의 선택을 무시하는 것이다.
노회찬의 3.3퍼센트는 진보정치의 씨앗
이제 남은 것은 “민주당은 반MB로만 계속 나설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번 기회에 좀 더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지적을 명심해야 한다. 심상정이 사퇴하자 민주당은 ‘노회찬 후보도 결단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을 향해 사정없이 융단 폭격을 해대었다. 자신의 무능을 소수 정당에게 퍼부어댄 것은 정치도의가 아니다. 민주당은 왜 정권을 빼앗겼는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다.
▲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소감을 밝힌 뒤 서울광장을 지나 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식물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처지가 되어 버린 오세훈의 정무능력이 검증대에 올랐다. (사진: 오마이이뉴스)
노회찬 후보의 출마와 완주로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장선거 졌다고 노회찬 후보를 욕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에게 3%로 졌을 때, 민주당 후보가 17%를 가져갔다. 그때 누가 민주당을 욕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오세훈 후보의 당선으로 노회찬 후보에게 서운할 수 있어도, 한명숙 후보의 역량이 모자란 것을 노회찬 후보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이번에 처음으로 ‘꼴통 한나라당 텃밭’에서도 김두관 후보나 이광재 후보가 당선된 것을 보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한다. 노회찬과 한명숙은 가는 길이 다르다. 길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길을 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치폭력이다. 민심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임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이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4대강 삽질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덧 글: 필자는 진보신당의 당원으로 녹색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 “새만금만 중지시켰어도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삽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수경 스님의 말에 공감한다. 새만금을 직접 가서 보면 이명박 정권의 ‘삽질 밑그림이 확연하게 보인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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