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난 신자유주의자 노무현을 추모하지 않는다.

녹색세상 2010. 5. 12. 20:41

의혹투성이인 노무현 전 대통령 의문사


나이 쉰 줄의 남자지만 지인들로부터 눈물이 많다는 말을 듣는다. 슬퍼할 줄 알고 눈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증거라 고맙게 받아들인다.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을 ‘피눈물도 없는 인간’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눈물이 많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렇지만 난 노무현을 추모하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는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라 정말 싫다. 역대 정권 중 빈부 격차를 가장 많이 벌여 놓았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보컬), 정연주 전 KBS 사장(기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드럼), 여균동 영화감독(색소폰)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 밴드 ‘사람 사는 세상2’이 8일 저녁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에서 무대에 올라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부르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정치적인 타살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겨우 응급처치 강사 연수만 받은 내 상식으로 봐도 의혹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난 ‘노무현 의문사’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고 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응급의학과 의사가 본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의혹’이란 글에 상당 부분 공감을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었다. 재임 시절 말도 탈도 많았다. 권위의식을 버린 것은 분명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삽질 정책의 토대를 만든 당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들어선 수 많은 골프장 대부분은 정권 말기에 허가가 났다. 새만금만 하지 않았어도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삽질을 꿈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법과 대통령의 의지로 밀어붙인 한미FTA협상 등은 민중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 모는 것이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KTX여승무원’들의 문제도 노무현 정권 때의 일이다. 젊디젊은 여성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민주당은 사죄해야 한다. 잘못을 알고도 침묵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이 할 짓이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침묵하는 민주당은 파렴치범


‘KTX여승무원 철도공사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철 사장은 그냥 도망가고 말았다. 사회간접자본으로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해 줘야 하는 철도를 돈 벌이 수단으로 만들어 요금이 비싼 KTX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했다. 철도민영화의 기초는 노무현 정권이 만들었다. 공기업의 민영화 준비는 모두 노무현 정권의 작품이다. 국가기간 사업인 전력 민영화를 시도하려다 여파가 너무 커 발전 부문을 한전 자회사로 남겨 놓았을 뿐이다.

 

▲ 우리 딸들의 피눈물에 무감각하다면 이 사회는 정말 희망이 없다. 최소한 법원의 판결은 따르는 상식이 필요하다. 나중에 드는 비용은 모두 철도공사가 져야한다. 그 돈은 원가에 묻혀 소비자인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체인으로 묶고 침묵시위를 하는 KTX승무원들.

 

이랜드ㆍ뉴코아 유통종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사태 역시 노무현 정권이 만든 작품이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해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인권규약을 위반하고 경찰병력을 투입시켜 탄압을 했다. 알맹이는 전혀없는 껍데기뿐인,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하는 배고픈 민주주의를 만든 장본인이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산업재해보험법(산재보험)을 자본의 이익에 맞게 개악시켜 치료도 덜 끝난 산재환자들에 대한 강제종결로 자살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휴업급여는 평균 임금의 70퍼센트 밖에 받지 않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은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업에 복귀하려면 재활 치료는 필수인데 너무 비싸 꿈도 꾸지 못한다. 재활치료를 하면 하루빨리 현업에 복귀할 수 있음에도 해 주지 않으니 근로복지공단의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예산이 부족하면 더 거두어야 하는데 돈에 맞추어 하니 온갖 부작용이 발생했다. 몸뚱아리 하나 뿐인 산재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몸으로 때우며 사는 노동자들이 산재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 아닌가?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게 휘둘린 한미FTA협정


한미FTA협상은 한국의 미래가 멕시코처럼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흔히 멕시코 하면 가난하고 놀기 좋아한다는 편견이 많다. 멕시코는 미국과 체결한 북미주협정(NAFTA)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한국보다 더 잘 살았다. 농산물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자 미국의 싼 밀이 대량 수입되어 멕시코의 농업이 붕괴되었고, 그 후 수입 밀 값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2004년 이후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의 거리에서는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꽃을 팔러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 한미FTA협장장인 신라호텔에 의정활동을 위해 접근도 못하고 풍찬노숙한 국회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정지영 감독과 배우 문소리를 비롯한 영화인들. 이 장면을 외신은 일제히 일면 머리기사로 다루었다.

 

NAFTA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다. 이와 똑 같은 게 한미FTA협정이다. 지금 멕시코의 모습이 바로 한국의 미래다. 한미FTA협정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태인 경제비서관은 보고서를 마련해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으나 협상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독대가 이루어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꿈도 영어로 꾼다는 걸 자랑하는 자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앉혔다. 우리말이 서툰 사람이 협상 대표자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 김현종이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사립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까지 졸업했다. 노무현 정권의 고위 공직자 중 유일하게 병역기피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공로를 인정받은 김현종이 주미 대사로 영전했다. 정권이 바뀐 후 삼성의 법무책임자로 가는 것을 보고 배후에 삼성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노무현 정권은 삼성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너무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광재를 비롯한 친노는 철저히 삼성 재벌의 편에 서 있었고 민중은 사정없이 짓밟았다.


뿐만 아니라 한미FTA협상 반대 집회는 경찰 병력을 동원해 원천 봉쇄하는 경우도 많았다. 집회를 못하게 하니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당 행사를 하고 나서  ‘한미FTA협상 반대 집회’를 하는 웃지 못 할 일을 민주주의자들이 저질렀다. 이명박 정부만 집회를 불허하고 현장을 원천봉쇄한 게 아니다. 대통령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정책에 대한 토론이나 대화는 절대 응하지 않았다. 이게 노무현 정신 아닌가? 친노 세력은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 노무현 정권


그 뿐이 아니다. 한미FTA집회가 끝나고 나서 5~6개월 뒤에 전국 각 지역별로 8~9명 정도를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 때의 경찰이 지금과 다른 게 있다면 강압적인 정도의 차이일 뿐 뒤통수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집시법 위반이었는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바꾸어 놓았다. “집시법 위반이 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바뀌었느냐”고 항의했지만 ‘검찰에서 수사를 지휘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담당 경찰관이 미안해했다.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허물어 버린 참으로 야비한 짓이다. 

 

배후에는 권력의 입맛에 요리해 갖다 바치는 공안검찰이 도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노동당원이 대부분이었고 2~3명은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었으니 한미FTA 반대를 한 진보정당에 대해 손보기를 했다. 자신들의 입에 맞을 때는 검찰에게 아무런 말 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무슨 검찰 개혁 운운하는지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1월 민중대회를 할 때 전국 곳곳에서 상경을 막으려고 경찰이 총 동원되었다. 전국적으로 경찰이 동원될 정도면 정권 차원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관광버스 회사에 압력을 넣는 것은 물론이요 농촌에는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경찰차로 막기도 했다. 고속도로 진입로 마다 검문을 해 마치 전쟁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 붙잡히고 일부만 서울로 진입해 뿔뿔이 흩어져 집회장으로 갔다. 1980년대 처럼  집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산개전을 했다. 이게 민주정부인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짓이다. 이런 게 민주주의라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 게 노무현 정권이다. 짝퉁 진보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전임 대통령의 애석한 죽음과 비판은 구분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했다 해도 명백한 정치적인 타살로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다. 그렇지만 정치인은 그가 행한 정치적인 행위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의 경우는 누구보다 냉엄하게 비판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판에 성역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수 많은 추모 물결을 보고 민주당은 ‘모두 지지자’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을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오해하고 있으니 꿈도 너무 야무지다.

 


소탈하고 자식보다 더 어린 전경들이 인사를 해도 고개 숙이며 받는 그의 인간미는 정말 보기 좋다. 그런 사람이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 조차 접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풍찬노숙을 시켰다. ‘이 정책이 맞다’는 꽁고집이 아니면 자신이 없거나 둘 중의 하나다.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가 ‘한미FTA협상과 관련해 토론하자’며 청와대 앞에서 무려 보름 넘게 단식농성을 했음에도 무시해 버렸다. 공당의 대표 요청을 뭉갠 잔인한 대통령이다.


노무현을 추모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마음이니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그 무대에 선 것은 ‘한명숙 지지’ 선언을 위한 얄팍한 수순이었다. 하루 35명이 넘는 생명이 자살로 사라진다. 40대 사망률 1위는 요지부동이다. 노무현 정권이 대비책을 세웠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애석한 그의 죽음으로 정권의 잘못조차 덮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건 정권이니 진보주의자가 아닌데 ‘노무현이 꿈꾼 진보의 미래’라는 말은 심한 엇박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