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남원시 송동면에 자리 잡은 ‘초록배움터’에서 녹색위원회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초행길이라 찾아가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있었는데 번지까지 입력했음에도 찾지 못하더군요. 역시 기계는 기계라 입력되어 있는 내용만 알 뿐 융통성이라곤 조금도 없지요. 누구나 처음가면 어는 정도의 대가는 지불해야 하는 게 마땅하죠. 폐교를 임대해 꾸민 ‘초록배움터’에는 수십 년 묵은 나무가 몇 그루나 되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낯익은 얼굴들을 오랜만에 보고, 이름만 듣던 얼굴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더군요.
‘회의도 좋지만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조승수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회의는 빨리 진행되었습니다. 진보진영의 회의라면 안건 하나 때문에 몇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밤 12시를 넘겨 급기야는 집중도가 떨어져 효율성이 없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당원 평균 연령보다 젊은 걸 보니 역시 젊은 사람들이 머리가 부드러운 모양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사력을 다해 밀어붙이는 한반도대운하 문제와, 지역 곳곳마다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사람이 먹고 마시는 걸 가지고 장난치는 자본의 악랄함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더군요. 자연은 그냥 그대로 있고 싶어 하건만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이 가만두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최소한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훼손을 최소한 줄이는 게 상식이건만 이놈의 천민자본주의는 그것마저 무시해 버립니다. ‘성장제일주의’라는 이 시대의 우상은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진보정당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래도 ‘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며 함께 살 길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회가 굴러가지요. 환경은 지금 이 사회의 칼자루를 잡고 있는 기성세대의 몫이 아니라 미래의 주인인 후손들이 사용해야 할 것이기에 그냥 물려줄 의무만 있을 뿐입니다. 진보운동을 해도 표시가 나고 얼굴 드러내는 걸 하려는 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건만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한 알의 씨앗이 되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뒤풀이 때도 ‘채식하는 분들이 있다’며 고기를 적게 사고 채소와 생선을 많이 살 정도로 배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새벽에 가야 하는 관계로 저는 서울로 가는 동지들에게 얹혀 서울 용산에 들러 늦은 문상을 하고 왔습니다. 대구를 가 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 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달비골 농성장과, 조만간 케이블카 설치로 시끄러울 갓바위까지 둘러보았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밀리면 ‘할만큼 했다’며 떠나는데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지키고 있어 놀랐다고 하더군요. 달비골의 수행을 시작으로 생각지도 못한 ‘생명 지키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으니 저로서는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 이 길이 소중하다는 다시 한 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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