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앞산 달비골 입산 5일, ‘나무 위 농성’ 11일 째 보내는 소식

녹색세상 2008. 12. 24. 22:31

어제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아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김수청 동지가 전날 당원 송년회 때 먹고 남은 게장국을 챙겨서 또 방문했습니다. 서로 만난 지 4년이 넘었건만 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나누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계산하는데 머뭇거리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니 짐작을 하고도 남으리라 믿습니다. 2009년 1월 1일부터 대구문화방송 구내식당을 운영하기로 되어 있어 바쁨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마음 한 자락 전해주니 상수리나무 위에서 보내는 저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울 때는 몸 사리는 법이 없는 그야말로 온 몸으로 살아가는 분이라 좋아합니다. 달비골 입구에서 18미터 높이 위에 있는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앞산꼭지들의 고마운 마음 또한 기쁘고요.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고 없어서 못 먹는 처지라 그냥 끼니만 해결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꼭지들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4시 무렵이면 인근 고층 아파트가 해를 가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자동차 소음이 심해 잠자리를 불편케 함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자는 걸 보니 적응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는 일에 저의 한 몸이 ‘선한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합니다. 어린 자식과 연세 많으신 부모님들에게는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지요. 엄마 품을 떠나 할머니와 지내는 어린 자식을 생각하면 자식과 부모님에게는 죄인 중의 죄인이라 고개를 들 수 없답니다. 앞산 지키는 싸움에 2년 가까이 함께 하다가 이런 저런 일로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그래도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 준 인연이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우리 앞산꼭지들이 ‘고객관리’를 잘 해 온 덕분이겠지요. 어제는 주민 한 분이 군밤을 보내 주셨고, 우리 앞산꼭지 한 분이 토마토즙을 보내주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행여나 싶어 초등학교 동기회 카페에 소식을 올렸더니 걱정해 주는 친구들의 쪽지가 날아오더군요. 한 번 움직이면 바로 가고 마는 것을 아는 벗들이 ‘건강 잘 챙기고 돌아가면서 하라’며 ‘장기적으로 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반갑고 고마운 인연이지요. 맞춰 놓은 기상 시간 전에 아스팔트 위의 딱정벌레들 소리가 요란해 잠을 깨 하루를 시작합니다. 물론 건포마찰은 잊지 않고 하고, 오늘 성탄 전날 ‘앞산터널 반대 성탄예배’가 달비골에서 있어 몇 일만에 면도도 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세운 일정표대로 기도 정진과 학습에 들어가려 합니다.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윤 희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