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일제고사 거부 해임교사 교장으로부터 심한 폭력에 시달려

녹색세상 2008. 12. 12. 11:55
 

‘일제고사 거부’ 해임 교사 심정 고백에 시선 집중

교장은 “내 딸이었으면 넌 죽였다”고 망발 늘어놔


지난 10월 실시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때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10일 해임 처분을 받은 서울 길동초등학교 6학년 최혜원(25) 교사의 글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교단에 선 지 올해로 3년째인 최 교사는 지난 10월 네 차례에 걸쳐, 일제고사를 놓고 학생들과 토론했던 내용, 시험 당일의 고민, 해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포털 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올렸다. “일제고사를 앞두고 아무도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 악플 달지 마세요. 아이들이 상처받아요.”(10월10일) 최 교사는 이날 일제고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언급하지 않은 채 “시험 때문에 학원에서 밤 10시까지 보충을 해야 한다”, “왜 어른들은 공부로 아이들을 평가하려고 할까? 다른 나라는 안 그런데 …. 외국에서 살다온 나는 적응이 힘들다”, “내 실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면 시험에 찬성한다” 등 학생들의 찬반 의견 20여개를 그대로 올렸다.

 

▲지난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교사 설은주씨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일제고사 당일인 10월14일 최 교사의 반 아이들 가운데 6명은 체험학습을 갔고, 2명은 학교 도서관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했다. 하지만 학교의 반응은 생각보다 강경했다. “체험학습을 보냈던 어머니들은 교장선생님의 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은 결국 울면서 교실에 와 시험을 봤습니다. 자기 양심껏 행동한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을까봐 가슴이 아픕니다.”(10월14일) 시험을 거부하고 도서관에 있던 학생 2명은 결국 이날 시험을 봤고, 체험학습에 나선 6명도 다음날인 15일 시험을 치러야 했다. 최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고민이 정말 컸지만 아이들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일로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12월11일) 해임이 결정된 다음날 새벽에 올라온 이 글에는 4500여명의 누리꾼들이 지지를 보냈다. 이밖에도 최 교사의 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시고 싶으셨을 텐데, 진심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소리 죽이고 우시는 모습이 연상돼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아이디 ‘예은’)는 등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평등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운동단체들과 학부모 및 학생들은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근거도 없이 강행된 일제고사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의 의견을 물은 것이 파면의 이유가 되느냐”며 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파면 통보를 받은 서울 ㄱ중 윤아무개 교사의 학급 학생 10여명과 학부모들도 이 자리에 참여해 징계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아무개군은 “우리 판단에 따라 일제고사를 보지 않았던 것이지 결코 선생님이 강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느 교사는 “내 딸이었으면 죽였다”는 모독적인 말까지 들을 정도로 파면당한 교사들은 교장의 눈 밖에 이미 나 있었다고 한다. 교직에 있는 자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이없는 것이라 이미 찍어 놓고 자른 것이다. 마치 유신독재 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