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미 사상최대 구제금융…‘집값폭락’ 뇌관은 작동 중

녹색세상 2008. 9. 21. 21:07
 

모기지 이용 25%가 집값보다 많은 빚 떠안아

연체율 급증…“고소득 전문직도 감당 어려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왼쪽), 헨리 폴슨 재무장관(오른쪽)과 함께 1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의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연합통신)


문제는 결국 미국의 집값이다.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대한 해답은 결국 그 근본원인인 미국 집값 붕괴사태가 언제 멈추냐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값 하락이 멈추지 않는 한 이번 금융위기의 촉발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와 이에 연계된 파생상품들의 손실이 계속 커져 금융기관의 부실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시장은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채 여전히 불안하다. 30일 이상 연체된 모기지의 비율은 8월말 현재 전체 모기지 대출 가운데 총 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1%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특히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연체율이 24.48%에 달한다. <에이피>(AP) 통신은 “고소득 전문직조차도 (모기지 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19일 전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현재 미국 전체 주택가격은 지난해 대비 6.1% 떨어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은 지난해보다 17.2%가 폭락했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 주택 판매자의 54.2%가 밑지고 집을 되팔았다. 전체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15.5%나 줄어들었다. 에드워드 림머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문제의 뿌리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며 “거래조건이 더 좋아질 때까지 구매자들은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내년 6월까지는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주택 소유자의 약 25%인 1270만 명이 실제 주택가격보다 많은 빚을 떠앉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가 부실 모기지를 떠안은 은행에 거액을 지원함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체 모기지의 금리인하 등을 통해, 주택압류 사태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정부가 사실상 인수한 양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주택시장 안정을 돕기 위해 모기지 관련 부실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앨런 블린더 연장준비제도이사회(FRB) 전 부의장은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근원이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것을 잊기 쉽다”며 “주택시장의 추세를 뒤집을 수 있다면 움츠렸던 투자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버나드 바우몰 경제전망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지난 몇 년 간과 같은 속도와 활발한 모습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 부실로 홍역을 겪은 은행들도 위험한 모기지 대출은 무척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제 2 금융위기의 잠복 위험은 오래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