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이병순은 KBS를 자멸의 길로 몰아넣겠다는 것인가?

녹색세상 2008. 9. 19. 10:54
 

부당보복인사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에 따라 낙하산을 타고 KBS에 내려온 '관제사장 이병순'이 마침내 ‘대학살극’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인사숙청을 단행했다. KBS PD협회장이자 본회의 회장과 방송인총연합회 회장으로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던 양승동 PD는 심의실로 인사조치됐다. ‘KBS스페셜’과 ‘환경스페셜’을 통해 한미FTA, 유전자 조작식품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대변하고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이강택 PD는 KBS 수원센터로 보내졌다. KBS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최근의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도 제 한 몸 사리지 않고 나섰던 현상윤 PD는 시청자센터로 발령받았다. KBS의 최우선 당면과제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고, KBS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과 그 누구보다 함께 했던 최용수 PD는 난데없이 부산으로 내쫓겼다.

 

▲ 이명박 대통령이 9월 2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해 이병순 KBS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보복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장본인으로 이명박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PD들뿐만이 아니다. 공영방송 KBS의 위신을 세우는 데 탁월한 공을 세우며 KBS의 자랑으로 자리 잡은 탐사보도팀은 해체에 직면할 정도의 '숙청'을 당했다. 외국에서 선진탐사보도 기법을 배워 KBS에 도입함으로써 탐사보도팀의 산파 역할을 한 전 탐사보도팀장은 별안간 부산으로 보내졌고, 탐사보도팀의 주축 역할을 하던 기자들이 스포츠중계팀으로, 뉴스네트워크팀으로 하나둘 뿔뿔이 흩어졌다.


수신료프로젝트팀, DTV프로젝트팀 등에서 더 나은 공영방송 KBS를 위해 일했던 기술직 직원들은 양주로, 김제로 줄줄이 지방과 벽지로 내몰렸다. 높아진 KBS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일했던 홍보팀 직원들 또한 모두 어딘가로 내쫓겼다. '관제사장 이병순'이 현업 시절 얻은 별명이 ‘독일병정’이라더니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막무가내 식의 ‘칼부림’이다. 개개인이 지금껏 쌓아온 전문성과 역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번 이병순의 ‘인사 대학살’의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그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데 다른 누구보다 앞장섰기 때문이다. 방송의 생명이 ‘정치적 독립’'이기에,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고자 ‘공영방송 사수와 낙하산 사장 반대’ 활동을 펼쳤다는 이유로 부당하기 짝이 없는 보복인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공영방송 KBS를 망가뜨릴 관제사장의 ‘칼부림’


‘관제사장 이병순’은 부사장, 본부장, 팀장에 대한 상식을 초월한 보은인사에 이은 이번 '대학살 보복인사'로, 반대세력의 싹을 자르고 자신의 친위체제를 구축했다며 득의양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인사를 보며 ‘관제사장 이병순’의 칼부림으로 인해 KBS가 망가지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KBS는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언론사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 밑바탕에는 탐사보도, 시사프로그램을 위시해 뉴스ㆍ예능ㆍ드라마·ㆍ라디오 등 질 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헌신해 온 KBS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 가운데는 특히 이번 ‘인사 대학살극’의 제물이 된 직원들의 수고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을 이런 식으로 내치다니, ‘관제사장 이병순’은 KBS를 자멸의 길로 몰아넣을 셈이란 말인가. 이병순 씨가 아무리 '관제사장'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KBS 출신’으로서 KBS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번 부당보복인사는 철회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병순 씨가 이런 식의 인사로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사원들의 노력이 중단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이 또한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노력해 온 사원들을 뿔뿔이 흩어놓는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이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만약 ‘관제사장’이 끝내 이번 부당보복인사를 밀어붙이고 KBS를 ‘관제방송화’하려 든다면 KBS 구성원들이라도 반드시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지금 당장 바로 잡을 수 없더라도 공영방송 KBS의 앞날을 위해 몇 년이 걸리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KBS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관제사장의 야만적인 칼부림에 힘겹겠지만 그래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구성원들의 노력은 끈질기게 이어져야 한다. 수많은 국민들과 시청자들, 그리고 시민사회는 여전히 KBS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BS 구성원들이 깨어있다면 국민들은 결코 KBS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또한 KBS 구성원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08년 9월 18일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