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만여 명의 중ㆍ고등학생들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다. 이른바 학업중단 청소년이라 일컫는 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주된 이유는 ‘교과에 대한 흥미 상실’과 ‘학교 부적응’이다. 교과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아이들,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들, 흥미나 적성이 매우 뚜렷하여 오히려 입시 중심의 학교 풍토에서는 학습 욕구를 채울 수 없는 아이들, 교우나 교사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둔다. 문제는 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일 그 자체라기보다는 한참 배우고 성장해야 할 나이에 아무런 계획과 대안 없이 학교 밖으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혹 목표가 있더라도 막연한 희망에 불과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보나 관리 능력의 부족으로 실패와 좌절을 겪기 십상이다.
▲ ‘공간 민들레’의 스토리퀼트 공방 모임에 참가한 탈학교 청소년들이 어른들과 어울려 바느질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간민들레 제공)
학교를 그만두면 배움을 포기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학교를 그만둔 십대들도 여전히 배움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2004년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로 복학을 꼽은 경우는 조사 대상자의 17.5%에 불과했지만, 전문능력을 기르거나 기술을 배우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싶다는 응답은 각각 40% 안팎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비록 학교에서의 지속적 실패 경험으로 무기력 증상을 보이거나, 오랜 기간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이들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개척하려는 욕구조차 버린 것은 아니다. 십대가 학교를 그만두면 마치 삶 전체를 포기한 것처럼 여기는 사회의 편협한 시선을 거두고 이들에게도 진로를 마련해 갈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 몇 해 사이 학교 밖에도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학습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일제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도시형 대안학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요일학교 방식으로 운영되는 인문학 교실, 또래 청소년들끼리 관심을 나누고 뜻이 맞으면 프로젝트도 함께 해보는 사랑방, 생활과 배움을 함께하는 그룹홈 형태의 배움터 같은 움직임이 그러하다. 그러나 아직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길을 이끌어줄 어른이 있고 배움을 나눌 또래가 있는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바로 이게 자본과 권력이 입만 열면 떠드는 선진국이지 다른 게 선진국이 아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할 경우 이들 청소년들이 갈 곳은 당연히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어떻게 변할지는 그 사회에 책임이 있다. (한겨레신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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