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지지도에 힘 받은 청와대, 한국방송 사장 해임
공기업 민영화 등 강경 일변도에 전통적 지지층 회복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 이제는 상승하는 일만 남았다.”(한나라당 초선 의원) “추석(9월14일)쯤 지나면 지지율이 4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청와대 관계자)
8월 중순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로 올라서면서 청와대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국방송이 8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31%를 기록했고, 기독교방송이 ‘리얼미터’와 함께 조사한 여론조사(8월13일)에서도 30%를 기록했다. 청와대가 8월10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촛불 맞더니 힘 빠졌다고? 아니다”
8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의 제63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내용도 대통령 취임사를 방불케 했다.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제2의 정권 출범일’, ‘제2의 취임 선언’이라는 해석을 바닥에 깔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12일 저녁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앞으론 조용한 배짱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을 맞더니 완전히 힘이 빠졌다고 하는데 아니다. 초기에 세워놓은 원칙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그 자리에 함께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할 일은 묵묵히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이유가 있는데, 언제까지 일을 못하는 거냐, 이제 좀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30%의 지지율은 전통적인 지지층이 회복된 신호라는 것이다.
△ 8월9일 베이징 국가올림픽 체육관센터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한국-러시아 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거꾸로 태극기를 들고 응원했다가 호된 곤욕을 치렀지만,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사진/ 올림픽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독도 문제가 한창 불거졌던 7월30일 16.5%(리얼미터 기준)로 추락했다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23.1%(8월7일)로, 베이징올림픽이 개막된 이후 30%대로 올랐다. 청와대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일처리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쇠고기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는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격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한국방송 사장 문제 처리나 문화방송 PD수첩에 대한 대응, 공기업 선진화 추진 등을 보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에게서 ‘이제야 제대로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전통적인 지지층’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전략은 전통적인 지지층(보수층)을 회복하고, 9월 정기국회 이후 서민층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중도까지 지지층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야구는 아니지만, 이른바 ‘9월 말 대역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난 대선에서 찍은 이들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 경제 살리기와 새로운 변화를 염원한 중도층”이라며 “우선 보수층을 회복하고 중도층까지 껴안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8월12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가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지는 점은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에 대해서는 ‘잘못한 일’이란 의견(45.9%)이 ‘잘한 일’이란 긍정 평가(32.4%)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는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정부가 8월11일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5.1%로 ‘지지한다’는 의견 34.9%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층에서는 70% 이상이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지지했다.
‘독도 문제와 박태환 효과’라는 거품론
한귀영 KSOI 연구실장은 “전반적으로 영남과 서울, 50대 이상, 한나라당 지지층 등 보수 성향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8월을 지지율 반전의 호기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정치학자들은 30%의 지지율에 섞인 ‘거품’과 ‘진실’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한국선거학회장)는 “이명박 대통령의 현재 30% 지지율은 솔직히 ‘독도 문제’와 ‘한국 올림픽 대표팀 선전’이라는 다분히 민족주의적 요소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1%로 나타난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때는 박태환 선수가 수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8월10일 오후)로 ‘박태환 효과’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올림픽 개막 이후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을 하나 딸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이 1~2%씩 올라간다는 말을 한다”며 “지지율 ‘올림픽 특수’는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솔직히 지지율 30%로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30% 초반의 지지율은 30% 중반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지지율에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25% 정도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층과 10~15% 정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층이 결합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박근혜 지지층도 아직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방송 여론조사에서도 친박연대 지지층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1.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바라는 9월 지지율 대역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형준 교수는 “지지율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가치나 국정운영의 방향성에 동의해서 올라간 것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하락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를 중심으로 10%대와 30%대를 오가는 W자형 진폭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추석이다. 추석은 전통적으로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때다. 설날이 앞날의 희망을 이야기할 때라면, 추석은 한 해의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하반기는 야당에 유리한 시기다. 9월 정기국회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의가 있기 때문이다.
부패 사건 하나에 추락할 수도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관련된 부패 사건이 하나만 더 터져 나와도 지지율은 곧바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월1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 그리고 올해 집권하고 난 뒤 6개월 과정에서 소위 이런 유(부정부패)의 사건이 더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의미 있게 오르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수와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권이 아니라는 것이 실천으로 증명될 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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