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퍼레이드 위해 박태환 귀국 막아…반 감금상태
올림픽 메달, ‘정권 홍보수단 전락한 치욕’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겨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태환(단국대) 선수가 모든 종목의 경기가 끝났음에도 베이징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선수단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도보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선수는 현재 코감기를 앓고 있는데다 안전상 이유로 선수촌에 ‘반 감금’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19일 귀국이 예정된 박 선수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폐회식까지 보고 25일 돌아가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다른 경기 응원과 올림픽 행사에 초청된다”며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나 이전 올림픽에서도 메달리스트들이 폐회식까지 남은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사진:오마이뉴스)
이번 도보퍼레이드는 25일 올림픽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촛불집회의 상징인 청계광장과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계획되어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부적 일정은 19일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이 선수단 전원이지만 유독 박 선수 귀국을 막는 것은 이번 올림픽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박태환 선수가 미리 귀국해 버리면 자칫 퍼레이드에 쏠린 관심이 줄어들어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하지만 80년대 식 퍼레이드에 개인의 귀국의사까지 막으면서까지 행사를 강행하려는 대한체육회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특히 박 선수의 코치인 노민상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환이가 3일 베이징에 와서 현재 심적,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황이다. 하루빨리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데 안타깝다”고 말해 박 선수가 현재 귀국을 원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도보퍼레이드가 올림픽을 기점으로 점차 지지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박 선수의 귀국까지 강제적으로 막아서는 것에 대해선 “독재정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권 홍보수단 전락 치욕
한 네티즌은 기사에 달린 댓글을 통해 “훌륭한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정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영광이 아닌 치욕이 될 수밖에 없다”며 “많은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는 것이 그 순간엔 기쁠지 모르지만 역사엔 정권에 대한 홍보에 동원된 모습으로 남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카퍼레이드 할 때 촛불 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으면 자기들이 시킨 것이니 집시법 위반도 아닐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는 “박태환 선수가 원하는 귀국을 못하고 있는 기사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를 위해 개인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국가라는 이름 아래 올림픽에 참가한 개인의 즐거움까지 억압한다는 것은 개인이 점점 없어지고 그 자리에 국가가 등장하는 국가주의가 거세지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은 “올림픽 특수를 이용해 관심을 돌리고 싶어 하지만 이는 그 동안의 실정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위시로 한 영웅 만들기는 중단하여야 할 것으로 우리 선수들은 이미 국민들에게 영웅이다”고 말했다.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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