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조중동 ‘다음 죽이기’ 선봉에 서다

녹색세상 2008. 7. 8. 00:13
 

온라인 광장 ‘아고라’ 무력화 수순 밟기

뉴스 중단 이어 저작권법 등 규제 대폭 강화

 

 

‘조·중·동의 뉴스 콘텐츠 중단 → 여타 언론사의 뉴스 공급 중단 → 블로그와 게시판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고발 → 열성 이용자 이탈 → 다음 광고주 광고 중단 → 다음 경영 악화.’ 이른바 ‘다음 죽이기’ 시나리오다. 정확히는 ‘광장’(아고라)을 무력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가 7월7일 0시를 기해 미디어다음에 뉴스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다. 조·중·동은 7월2일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공문을 보내어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전체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


공교롭게도 전날인 7월1일 네이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스 편집권을 뉴스 제공업체에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신문과 방송에 편집권을 되돌려주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뉴미디어(포털)가 올드 미디어에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네이버와 다음에 대한 보수 언론들의 대처가 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중동이 다음에 뉴스 콘텐츠를 중단할 것이란 설은 6월 초순부터 돌았다. 뉴스 콘텐츠 중단은 다음 아고라에서 촉발된 보수 신문 광고주 압박운동에 대응해 조중동이 준비하고 있던 1차 반격 카드다. 이를 주도한 것은 조선일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아고라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타깃이 된 것이 조선일보 광고주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신문 콘텐츠뿐만 아니라 주간지(위클리조선과 주간동아) 콘텐츠도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신문 콘텐츠만 끊는다.


조중동의 뉴스 콘텐츠 제공 중단은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다음 이용자들의 이탈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보수 신문들이 노리는 것은 다음과 네이버의 정치적 차별화로 보인다”며 “다음을 이용하는 보수적 이용자들에게 다음을 외면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정보의 이용량을 따지는 페이지뷰(인터넷 방문자들이 열어본 웹페이지 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매체보다는 제목으로 뉴스를 선택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특성상, 조중동의 뉴스가 전체 인터넷 페이지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많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의 이창영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이용자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의 자료를 보면, 5월 기준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뉴스 섹션인 미디어다음 트래픽(이용량)에서 조·중·동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였고, 다음 전체의 트래픽에 견줘보면 0.4%에 불과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보면 조·중·동의 철수가 다음의 전체 트래픽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법 강화하면 포털 대상 소송도 가능


2단계는 다른 언론사들의 추가 철수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중·동에 이어 다른 언론사들도 뉴스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있다”며 “뉴스 제공 중단이 결정된다면 시기는 7월 중순이나 하순이 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수 언론 3사는 다른 언론사들에도 다음에 뉴스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앙일간지와 경제신문 등을 중심으로 5~7개사의 추가 참여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에 뉴스 제공을 중단할 경우 발생할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일보의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는 쿠키뉴스 관계자는 “아직 들은 것은 없다”면서도 “만약 논의가 있었다면 윗선에서 논의가 됐을 것”이라고 경영진 차원에서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중동이 아닌 다른 신문사들도 뉴스 제공 중단에 참여할 이유는 있다. 그간 포털이 우위에 있었던 관계를 재정립하고, 뉴스 제공 이용료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도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고, 당장 누리집(신문사 사이트) 방문자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고민은 깊다.


3단계로는 저작권법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누리꾼 뿐만 아니라, 포털도 연대책임을 물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포털의 블로그나 카페, 게시판 등에 올라온 글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문기사 전체를 전재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출처를 밝히고 기사의 일부를 발췌 인용하거나,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연결(링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를 모르고 기사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현재는 이런 행위에 공간만 제공한 포털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받지 않지만, 저작권법을 강화해 함께 처벌받도록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신문사들은 저작권법이 강화된 2007년부터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기사를 정보로 제공하는 기업이나 소규모 업체들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신문사들이 일일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법무법인에 일괄적으로 위임하는 형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신문사와 법무법인은 소송 결과로 받은 보상액이나 합의금을 일정 비율로 나눠가지고 있다. 아직 포털을 상대로 소송을 건 신문사는 없다. 만약 저작권법이 이런 형태로 강화된다면, 다음 등 포털을 상대로 한 소송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포털은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포털은 엄청난 인원을 동원해 일일이 누리꾼들이 올린 글들을 조회하고 감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포털의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