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주말 촛불집회, 또 과잉진압 ‘1m앞 소화기’ 과격해진 경찰

녹색세상 2008. 6. 22. 22:40
 

“가만두지 않겠다” 시민들 향해 위협방송도


지난 주말 수만 명이 모인 서울 도심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대응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21일 밤부터 22일 아침까지 이어진 밤샘 거리시위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분말소화기를 뿌리는가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경고방송으로 시위대를 위협하기 했다. 밤샘 대치과정에서 시민과 경찰 수십 명이 다쳤다. 21일 자정께부터 경찰과 시위대는 서울 세종로 네거리의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격렬하게 대치했다. 시민 수백여 명이 밧줄을 걸어 경찰버스를 끌어내려 했고, 진압 경찰은 분말소화기를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며 이를 저지했다. 경찰은 평소와 달리 채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시위대를 향해 소화기를 직사했고,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 있던 수백여 명은 소화기 분말을 잔뜩 뒤집어 쓴 채 기침과 구토, 안구 통증 등을 호소했다. 이 장면을 찍으려 경찰버스 위에 올라간 원아무개 씨는 서너 차례 집중적인 분말 세례를 받고 한동안 혼절하기도 했다.

 

  ▲ 기자의 취재마저 폭력으로 가로막는 대한민국 경찰의 모습. 인권후진국 권력 졸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20여명의 시민이 안구부가 파열되는 등의 부상으로 현재 여러 병원에 수송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한 경민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찰이 사용 중인 할론 소화기는 근접 분사 때 호흡곤란 등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소화기 분사에 시위대는 “살인경찰 물러가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시민 김아무개 씨는 “화재진압용 소화기를 시민들 얼굴에 대고 쏘아대는 데 너무 놀랐다”며 “폭력적 대응이 더 큰 반발을 부른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영수 서울지방경찰청 경비1과장은 “병력 배치 때문에 바빠서 무슨 소화기가 얼마나 쓰였는지, 소화기 사용 규정을 지켰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경비과장이 경찰이 사용하는 장비가 어떤 것인 줄도 모르고, 사용 규정에 대해 모른다면 그만 두고 집으로 가면된다.


시위대를 자극ㆍ위협하는 경고방송도 잇따랐다. 경찰은 “여러분이 부르는 노래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사가 있는데, 과연 여러분의 행위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라”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불법 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는 절대 해산하지 말라. 우리 경찰이 당신들을 반드시 검거해 책임을 묻겠다”고 시위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또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는 등 상식 이하의 말까지 나왔다. 회사원 김아무개 씨는 “경찰이 정부와 시민 사이에 끼어 곤욕을 치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시민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거나 도에 넘는 발언을 하는 것 등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과잉진압 논란이 컸던 물대포는 사용하지 않았다. (한겨레/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