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대학교수 탄압 논란,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 우희종 교수에 실험노트 요구

녹색세상 2008. 6. 21. 16:33

한나라당이 쇠고기 정국에서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 온 광우병 전문가인 서울대 우희종 교수(수의학과)의 실험노트 및 연구비 관련 서류 등을 요구했다. 우 교수와 서울대 소장 교수들은 정부 비판 지식인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정활동 관련 자료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우 교수가 식약청의 수주를 받아 실시한 각종 연구의 실험노트와 연구비 사용 증빙서류 일체를 요구했다. 손 의원은 공문에서 자료 요청 목적을 “의정(국정감사 준비 및 임시회 안건) 활동”이라고 밝혔다. 손 의원이 요청한 자료는 2005년 우 교수가 류종석 박사(미국 켄터키대 교수)와 함께 식약청이 발주한 ‘동물질병 유래의 식의약품 안전관리 사업’의 ‘광우병 생체 조기 진단기법 개발’에 응모한 연구계획서 전체와 평가결과서 사본, 류 교수의 2005년도 연구비 사용 증빙서류와 연구진행 과정을 기록한 실험노트 등이다. 손 의원은 또 우 교수와 관련이 없는 사안인 2004~2009년 학술진흥재단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지원하는 ‘핵심 인수공통전염병 방역 기반 기술 개발(90억원)’의 연도별 결과보고서도 요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손 의원의 자료 요청 목적이 의정활동인지 뭔지 우리는 모르겠다”면서 “일단 우리도 입장이 난처해서 손 의원에게는 ‘직접 우 교수에게 자료를 요청하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접한 우 교수와 서울대 소장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우 교수는 20일 “정부 입장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해왔기에 예상됐던 인신공격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며 “그동안 직·간접의 통제 형태가 있었으나 효과가 없자 정치권의 전형적인 개인 흠집내기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 조작이나 부정행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학의 실험 노트까지 제출해달라는 여당 의원의 요청 의도란 뻔하다”라면서 “하지만 실험 노트라는 것은 대학과 연구실에 귀속되는 것이기에 해당 의원이 식약청에 간접적으로 요청하지 말고 내게 직접 요청하라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대표적인 보수 언론의 특정 신문사 기자가 전화해서 광우병 관련 논문이나 연구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며 “사회의 정론이 되어야 할 주요 언론사도 이에 합세한다는 상황이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대 민교협 교수들과 상의한 뒤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최영찬 교수는 “공문을 검토해 본 뒤 교수들과 공동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국내 광우병 전문가로 10년 전부터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신문/강병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