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분들 앞에서 개신교 부일협력을 얘기하다 ‘빨갱이 짓’이라 욕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선에 빠지고 자기반성이 없는 것이 기독교 신뢰를 떨어뜨린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님과 민족, 역사 앞에 회개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교회 이끈 것, 반성해야
2008 친일인명사전 수록 명단(모두 4776명, 개신교 58명)이 공개된 가운데,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승태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세움교회)를 2일,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나 ‘개신교 친일 부역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승태 목사는 “개신교 인물 중 옳다고 생각해서 일제에 협력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며 “교회를 지키기 위해 마지못해 협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러다보니 더 깊이 빠져 들어갔던 것”이라 말했다. 김 목사는 “성서는 다윗과 바세바의 동침, 솔로몬의 우상숭배 등을 기록하며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며 “친일인명사전 편찬도 정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도 교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것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에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하신 분도 계신 반면, 국방헌금을 위해 두 교회를 하나로 합치면서까지 건물을 팔아 헌납한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것은 하나님 앞에 잘못임은 물론 일본의 침략전쟁에 협력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이어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에 포함되었던 정춘수·박희도 목사와 상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부의장 등을 지냈던 정인과 목사 등을 거론 “독립운동을 하다 변절한 분들을 보면 차라리 은퇴하여 칩거만 했더라도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 수록 명단’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개인으로 창씨개명을 하거나 신사참배를 한 것은 문제 삼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단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파급효과를 낸 사람들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활란’의 제자들이 쓴 회고록을 인용, “김활란이 징병유세를 하고 다니다 안질에 걸리자 남의 아들들을 전쟁터에 가게 했으니 죽거나 장님이 되어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한다”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징병유세를 하고 해방 뒤에도 반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교회를 유지하려면 일제에 협력 안할 수 없었고, 교세만큼 부일협력을 했다고 생각하면 맞다”며 “한국교계(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구세군, 침례교) 전체가 뜻을 모아 공개 죄책성명을 내고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은 죄책고백을 별도로 낸 바 있다). 그는 “그들은 일제 식민정책의 희생자이며, 친일부역이라는 흠집이 난 피해자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지도자로서 행한 잘못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친일인명사전, 공ㆍ과 함께 정리”
그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친일행위를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근본 원인은 양심과 신앙심 결핍”이며 “일제의 강압정책과 자신의 기득권 유지 욕망, 개인의 위기의식과 나약성, 역사의식과 민족의식 결핍이 결합된 것”으로 봤다. 그는 해방이후 죄책고백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들도 일제 강압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자기 합리화에 급급했고, 죄책고백을 할 경우 기득권 상실과 사회 비난의 두려움이 컸을 것”이라 밝혔다. 그는 “그들의 회고록은 시대분위기를 기록할 뿐 자신의 행위나 태도는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등 부정한 기억을 망각하는 자기방어 심리기제를 엿볼 수 있다”며 “하나님 앞에는 회개했겠지만 교회와 역사, 민족 앞에 잘못을 인정해야 올바른 역사정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의 신청 중에는 아무 혜택도 못 받고 억지로 한 것이라거나 독립운동을 했다며 기준이나 조사가 잘못됐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공ㆍ과를 함께 정리하는 것이 친일인명사전의 내용임을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 참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자들이 해방 후 교계의 실세로 남아 기득권을 누렸으며, 일제 당시의 잘못에 대해 어느 누가 고백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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