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충돌은 없어…등록금 인하 한나라만 반대
‘등록금대책네트워크’ 주최로, 등록금문제 완전해결과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행진 ‘2008 등록금 완전정복’이 열렸다.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 릴레이 집회의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날씨가 더욱 쌀쌀해졌다. 하지만 학생들의 함성은 집회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집회의 시작은 한국진보연대 정광훈 공동대표가 열었다. 정 공동대표의 솔직한 말투는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은 작은 새끼(대학생), 어른 새끼(학부모) 모두를 인질로 잡고, 추진되고 있다”며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정당이 한나라당인데, 이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8 등록금 완전정복’ 집회도 이전 집회와 같이 학생들이 참여한 다양한 문화공연이 진행되었다. 또 개그맨 노정렬 씨는 ‘등록금 문제’를 주제로 역대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선보여, 집회장에 모인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집회를 준비한 등록금대책네트워크는 집회에 앞서, 정치권에 ‘등록금문제 5대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대상자였다. 5대 요구안은 △각 대학은 살인적인 등록금을 동결 및 인하 △등록금 상한제ㆍ후불제ㆍ차등 책정제를 실시 △학자금 무이자, 저리 대출 전면 확대 △투명하고 독립적이면서 효율적인 등록금 제도를 실시 △GDP 대비 교육재정 7%,고등교육 재정 1.1% 확보 등이다. 5개의 정당 중 등록금 대책네트워크가 보낸 요구안을 거절한 정당은 한나라당이 유일했다. 하지만 이 요구안을 성실히 반영하고 지키겠다며, 이날 서약식에 참석한 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뿐이었다. 나머지 정당의 대표는 총선운동 관계로 불참했다.
▲등록금 문제해결 서약식에 참석한 민노당 천영세 대표,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 다른 정당 대표들은 총선일정상 불참했고, 한나라당은 아예 등록금 문제 서약에 응하지 않았다. (사진:손기영 기자)
민노당 천영세 대표는 서약식에서 “민주노동당은 2006년 ‘등록금 상한제’ 법안을 제출했다”지만, 이 문제를 17대 국회에서 결국 매듭짓지 못했다“며 ”여러분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또 “민노당은 이번 18대 국회에서 등록금 법안을 가장 우선하는 ‘1호 법안’으로 정하겠다”며 “여러분에게 고통을 주는 등록금 문제를 완전정복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신당의 이덕우 공동대표 “진보신당은 가계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 시키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며 “소득수준 하위 10%는 등록금 면제, 하위 20~30%는 반의 반 등록금, 40~60%는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마련은 300대 기업이 내는 법인세에 고동교육세를 부과하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하면 상당 액수의 추가 교육제정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란 코너가 진행되었다. 학부모 대표로 발표한 민주연합노조 성북지부 임정훈 씨는 청소부다. 임 씨는 “1000만원 수준이 등록금은 정말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며 “환경미화원 자식도 대학에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씨는 또 “돈 문제 때문에 자식 앞에서 한숨쉬 는 애비가 되고 싶진 않다”며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들 말고, 있는 사람들만 교육시키게 만드는 사람 쓰레기들을 깨끗이 먼저 치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집회장에 나온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성균관대에 다니는 심호영 씨는 “예전 80~90년대는 등록금을 정부에서 규제를 했어 안정되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등록금을 각 대학 자율에 맡겨 놓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씨는 “앞으로는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정부차원의 규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인교대에 다니는 김주현 씨는 “교대에 다녀 다른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지만, 올해 갑자기 17%나 올랐다”며 “사립대에 다니는 동생은 등록금을 벌기위해, 알바를 하느라 제대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나자 학생들은 오후 5시 40분 쯤 거리 행진에 나섰다. 학생들은 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2가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이동했다. 학생들은 학사모를 쓰고 그 위에 경광등을 달았다. ‘대학생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를 걷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우리 아이들 잘 한다”며 격려를 했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박수가 나왔다. 행렬의 선두에 선 풍악대의 꽹과리 소리가 요란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학생들의 목소리처럼 말이다. 이날 경찰에서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하고 ‘체포전담조’까지 배치시켰지만, 학생들과의 충돌은 없었다. 학생들은 저녁 7시경 목적지인 청계광장 앞에 도착했고, 정리 집회를 끝으로 오늘의 공식 집회일정을 마쳤다. (레디앙/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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