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한미FTA와 삶의 온도

녹색세상 2007. 4. 5. 03:52


   

‘생명이 또 하나 죽어나가야 이 미친 FTA라는 폭주 기관차가 멈추려나.....’


  며칠 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로 한 노동자가 분신을 기도했습니다. ‘나의 방정맞은 생각 때문일까?’ 자책도 되고, 이 혼란의 상황이 무섭습니다. 물론 분신이라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한 편으로는 '얼마나 막막했으면 그랬을까' 그 마음이 또 이해가 갑니다. 왜 이번 한미 FTA는 관세에 관한 협정이 아니라는 거, 한 나라의 산업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내정 간섭과 같다는 거, 왜 아무 언론에서도 얘기하지 않는 걸까요?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동물병원가기가 무섭지 않습니까? 별 치료 아닌데도 병원비가 5만원 훌쩍 넘기가 쉬우니까요. 그래서 반려동물이 병들면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 거구요. (물론 그런 인간들은 동물들이 병들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버릴 심성을 가진 인간들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번 FTA 타결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사람도 반려동물과 같은 처지가 되는 거죠.


  국민의료보험체계가 무너지면서 '감기 주사 한 방에 10만원'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는 거고, 결국 돈 없는 사람은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거죠. 미국처럼요..... 물론 돈 있는 사람들은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비싼 사제 의료보험에 가입해서 문제될 게 없지만요. 결국은 의술이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생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죠.

 

    출판계는요?

 

  FTA 협상이 타결되면 저작권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지금까지는 책을 쓴 저자가 죽은 뒤 50년이 지나면 굳이 저자와 외국 출판사에 인세를 주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번역해서 책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책 한권 써서 그만큼 벌었으면 됐고, 그 정도면 저자의 책이라기보다는 대중의 책이다 뭐 그런 의미겠죠.


  제가 지금 검토하고 있는 책 중의 하나도 저자 사후 50년이 지난 책입니다. 그러니 인세 지불하지 않고 저희가 나름대로 번역해서 출판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꼭 70년을 고집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뭘까요? 바로 월트 디즈니가 죽은 지 50년이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막대한 저작권 수입을 올리고 있는 월트디즈니사 입장에서는 2015년이면 디즈니가 죽은 지 50년이 되니 그 전에 어서어서 관련법을 뜯어 고쳐놔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미국은 디즈니 말고도 세계 주요 저작권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법안의 체결은 아주 중요하죠. 상세히 알면 이것 말고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내용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세대로 끝나는 게 아니고 우리 아이 세대, 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게 무섭습니다.


  외환위기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한국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저는 옆 자리의 동료, 선배의 책상이 빠지는 것을 보았고 ‘과연 살아남는 게 미덕일까? 되뇌이며 고통스럽게 그 시절을 견뎠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더 무서운 외환위기 사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네요. 또 우리의 삶은 얼마나 고단해질까요? 사람들 마음의 온기, 삶의 온도는 또 몇 도 내려갈까요? 한 생명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