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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입원 수도자....

녹색세상 2006. 12. 24. 19:14
 

  등기 우편물을 발송해야할 일이 있어 외출 허락을 받고 1층 로비에서 호출택시를 기다리는데 통일연대에서 활동하고 이웃교회를 섬기는 오규섭 선배가 예비교인 심방을 오셨다. 출석하고 있는 교회 담임목사가 불편해 하는 모습이 너무 역력해 ‘교회를 옮겼으면 한다’고 했더니 ‘만나서 생각해 보자’며 묵묵부답이던 양반이 ‘정 불편하면 정리하고 이웃교회로 오라’고 문자가 날아왔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끝나면 옮기려 했는데 연기되어 고민하던 차에 마침 입원 수도를 하는 바람에 퇴원 후 옮기기로 작정을 했다.


  부탁한 최근에 나온 신학서적을 갖고 들어서는데 혼자 휠체어를 타고가야 하는 처지를 면하게 되었으니 이럴 때 나 같은 예수쟁이들은 ‘하느님이 예비하신 선물’이라는 고백을 한다. (사실이 아닌 순전히 개인적인 고백) 내용증명을 보낼 일이 전혀 없는 목회자라 교대 앞 복사집에 들어 3부씩 복사를 부탁해 우체국으로 갔다. 정말 내용증명 같은 것 안 보내도 되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점점 멀어져 가기만 한다.


  입원 수도에 들어가는 날 수술에 대비해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원무과의 당직 근무자 중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성에게 “난 형편이 어려워 보험비급여를 받을 여건이 못 된다”고 했더니 금방 눈치를 채고 “다인실이 현재 없는데 가능한 빨리 옮기도록 조치하겠다”며 담당 간호사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입원 기간 동안 묵어야할 6층 간호사에게 (온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하려는데 ‘다 전달 받았다’기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떻게 아느냐? 이게 의료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태도냐”며 한 소리 했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수술 후 몇 일을 꽂아 놓는 링거도 하루만 맞고 ‘불편하니 맞을 때 말고는 주사바늘 빼자’고 했더니 냉각기류가 흐르더니 수간호사가 굳은 얼굴로 달려와 “링거를 계속 꽂든지 아침 저녁으로 혈관주사를 맞든지 선택하라”며 웬 별종 다 본다는 표정이다. “주사는 잘 맞으니 걱정마라”며 링거를 뺐다. 너무나 당연한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세상, 바락바락 악을 써야만 되는 현실. 담당자들이 고객인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하건만 그 당연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웃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수술 후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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