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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에게...

녹색세상 2006. 12. 24. 18:43
 

  초설님, 벌써 2006년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군요. 올해 새로 시작한 일은 잘 되는지 모르겠군요. 날고뛴다는 보험의 귀재들도 어렵다고들 하던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우리네 삶이니 땀 흘려 일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오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행정소송에 승소해 겨울방학동안 해린이와 같이 보내면서 녀석의 가슴에 묻혀 있는 상처를 치료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선고 판결이 연기 되는 바람에 물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이번 겨울 방학이 아이한테 적절한 시기라 판단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이 죄인이 어린 자식에게 해야 할 마땅한 일마저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속이 상하네요. 다른 기회가 주어지리란 믿음은 잃지 않으려 합니다.


  올해는 무사히 넘어 가는가 싶더니 “형님 무리해서 생긴 것이니 2주 가량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고 한 정형외과 명의인 후배의 경고를 무시하고 까불다가(?) 수술까지 가고 말았습니다. 우리 나이쯤 되면 관절에 퇴행성이 있긴 한데 굳이 수술까지 안 갈수 있었는데 좋은 의사의 주의를 무시하다 벌을 받은 셈이죠. 재작년에 오른쪽을 하고 이번에 왼쪽을 했으니 양쪽이 균형을 이룬 것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아프다고 수술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진료 방식이 20년이 지나면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며 현재 의료 관행을 우려하며 걱정하는 의사인 후배들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다행히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 내 주머니돈 나갈 일은 없을 것 같네요. 퇴원 후에 본격적으로 재활 치료를 하면서 온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려 합니다. 하나가 안 좋으나 남아 있는 다른 게 좋아지니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바오로의 고백이 떠오르네요.


  보호자 없이 친구들만 찾아오니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조금은 피곤하네요. 수술 후 마취 깰 때까지 환자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목회하는 선배가 찾아와 자리를 지켜줬답니다. 내가 어려운 길에 들어설 무렵 “힘들면 같이 신앙생활하자”고 할 때 내 꼬락서니가 너무 처량해 사양을 했는데 지금 출석하는 교회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선배가 섬기는 교회로 옮기려 합니다. 일요일 오후에는 내외분이 같이 와서 혼자 처량하게 병석에 있는 인간을 위로도 해 주었고요.


  본의 아니게 어색하게 된 사람들에게 일부러 연락을 했는데 찾아와 푼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네요. 미+씨에게도 ‘병석에 있을 때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조금 아쉽네요. 그 흔하고 편리한 문자라도 날아 왔으면 좋으련만..... 예전 같았으면 “그 정도 그릇 밖에 안 되면서 뭘 하느냐”고 한 소리 했을 텐데 이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병석에 있을 때 얼굴이라도 보면 봄눈 녹듯 하련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만 이젠 그들에게 안서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윤희용이도 남을 이해하는 쪽으로 변 하는가 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갈수록 가슴에 와 닿는군요.

 

  수술은 간단하지만 예전의 근력을 회복하려면 5-6개월 꾸준하게 재활치료를 해야 하니 이제부터 끈기가 필요한데 조금 걱정이네요.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라 지치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제대로 못한 방송대 공부도 하면서 내 일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계획 세워 놓았습니다. (솔직히 올해 권총 수두룩하게 찼거든요. ^^) 아무리 혼자 입원해 있는 게 익숙하긴 하지만 어른들 걱정하실까봐 동생에게도 안 알리고 병석에 있으려니 조금은 처량하네요. “식구는 한 번도 안 오느냐”고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온 가족이 아파서 그럴 처지가 못 된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솔직히 뭣하더구만요. 연말에 좋은 소식은 못 전하고 서글픈 넋두리만 늘어놓고 말았군요. 건강하시고 좋은 소식 많기를 빕니다.

                                병석에서 성탄 전날 윤 희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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